<유통이것이궁금하다>機內판매양주 왜 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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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金모(35.회사원)씨는 가족과 함께 백화점에 들렀다가 수입양주코너에서 발렌타인(17년.7백50㎖)을 9만5천원에 파는 것을 보았다.
귀국하는 비행기안에서 3만5천5백원(44달러)에 산 술이 백화점에서는 2배반도 넘는 비싼 값에 팔리고 있었다.기내(機內)판매가 싸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쌀 줄은 몰랐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발렌타인의 경우 항공사나 국내판매권자 모두가 제조업체인 영국의 하이램 워커 회사로부터 병당15달러80센트(약1만2천7백원)에 구입하고있다.기내 판매는 여기에다 인건비.운송비.마진등을 붙여 구입가의 2배이 상의 값으로 파는데도 세금이 붙지않기 때문에 이처럼 값이 싸다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백화점의 경우는 국내판매권자인 OB씨그램이 도매상에 넘길때 관세 5천2백64원,주세 2만7천3백74원,교육세 8천2백12원등 세금만4만1천2백10원이 얹히고 수입회사~대리점~소매상등 유통단계별로 적정이윤을 남겨야 하는 만큼 9만5천원의 값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림참조〉 기내판매는 세금 면제외에도 점포유지.판매원 인건비등의 비용이 별도로 들어가지 않아 일반 백화점은 물론 면세점보다도 싼 값에 판매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기판(機販)품목중 가장 많이 팔리는 시바스 리갈과 랑콤 콤팩트의 경우기내에서는 각각 28달러,16달러씩인데 국내 상위급의 면세점에서는 34달러,18달러씩에 팔고 있어 기판이 면세점보다도 10~20%정도 더 싼 셈이다.
기내에서 취급하는 품목은 주류.화장품.향수.장신구.잡화등으로대한항공이 77개,아시아나항공이 86개 품목을 팔고 있는데 같은 품목인 경우 두 항공사가 똑같은 값으로 팔고 있다.판매가는매월말 한차례씩 기준통화인 미국 달러貨의 다음 달 예상환율을 계산해 결정하는데 지난달의 경우 달러당 8백10원,이달엔 8백5원을 적용하고 있다.판매량은 노선별로 큰 차이를 보여 탑승객1인당 평균구매금액이 12~13달러정도인데 비해 외국상품을 구하기 어려운 중국의 톈진(天津)이 나 러시아의 하바로프스크 운항편에서는 20~30달러로 크게 높다.중국.러시아 노선에선 탑재량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계속 잇따르고 있다.
이들 두 항공사의 기판 규모는 매년 늘어나 올한해 9백억~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아시아나항공의 문용운(文龍雲)객실지원부팀장은『시장개방에 따라 기내판매의 메리트가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에따라 기내 통신판매를 확대하 는등 새로운영업기법을 개발중』이라고 말했다.
〈李在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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