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학력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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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얼마전 뉴스에서 대학 교수들중 80명정도가 가짜 박사라고 발표된 일이 있다.그러나 실상 그것이 누구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또 소속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준이 되지 않아 문제가되었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사회에는 전반적으로 학력을 중시하는 풍조가 있어 일단 박사학위를 소지한 사람은 교양과 학식도 있고 인격을 갖춘 사람처럼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다.그러나 학력과 교양.상식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오히려 박사라면 한 분야만 깊게 알고 전공분야를 제외한 다른 분야는 무식하기 그지 없을 수도 있다.
우리는 스스럼 없이 학교는 어디를 나왔으며 가족은 몇명이냐는식으로 물어볼 수 있다.우리사회에서는 이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받아들여질수도 있으나 외국의 경우 학력을 이유없이 물어보는 것은 실례다.
필자가 공부한 토론토大 성형외과의 경우 교수는 25명이었다.
그중에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은 단 한사람뿐이었고 아무도 박사학위 때문에 교수가 된다거나 못 된다거나 하는 얘기는 들어본 일이 없다.
일본의 도쿄(東京)大 문학부의 경우 박사 학위를 따고 나가는사람은 약 5%에 지나지 않는다.그러나 도쿄大 의학부의 경우 박사학위 취득률은 약 95%에 이르고 있다.그 이유는 일본이 과거 전문의 제도가 없어 대신 의학박사를 전문의 제도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식 전문의 제도를 받아들였으면서 일본이 물려준 박사제도도 아직 남아 있어 그 두가지를 동시에 하는 세계최고(?)의 학력을 갖춘 의사들이 되었다.사회의 고정된 사고의틀은 아직도 전문의와 의학박사를 동시에 시키는 기형적인 현상하나 고치지 못하고 있다.
야간 통행금지를 5공화국에서 겨우 없앤 우리의 습성과 너무나비슷하다.전문임상의들에게 형식 위주의 학위는 임상활동에 아무 소용없는 일종의 기여박사 제도라 해도 무방할듯 하다.〈고려大의대교수.성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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