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제 대상 "번데기" 창작뮤지컬 육성 한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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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극단 맥토의 뮤지컬 『번데기』가 대상인 작품상을 비롯,3개부문의 상을 차지한 가운데 막을 내린 제18회 서울연극제는 예년에 비해 이른바「연극제용 작품」없이 작품수준이 상향평준화됐고 참가작도 다양해지는등 비교적 성공적인 행사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경연참가 8개극단이 공동기획.홍보를 맡았고▲참가작.수상작 선정을 둘러싸고 예년과 달리 잡음 없이 비교적 공정했으며▲서울티켓 대상작품의 심사를 폐지,전극단에 문호를 개방한데다▲축하공연.현장투표등 시상식을 연극인의 축제로 만들어낸 것등은 발전적 변화로 꼽힌다.
특히 『번데기』의 경우 완성도에 있어 약간 떨어진다는 일부의평에도 불구하고 연극제 사상 처음으로 창작뮤지컬에 작품상이 돌아간 것은 공연시장 개방을 앞두고 외국의 대형뮤지컬이 물밀듯 들어온 올해 걸음마 단계의 국내 뮤지컬을 보호. 육성하자는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2~3개 작품을 제외하고는 관객의 호응도가 낮았고 주목할만한 여성 연기자가 보이지 않은 것등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또 정회원극단에만 한정된 경연 참가자격을 폐지,전 극단에 문호를 개방하고 실험적 작품도 과감히 수용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관객동원에서는 소극장에서 공연된 극단 서전의 『아,이상』이 연일 만원사례를 이루며 입장객보다 많은 관객을 돌려보내는 유례없는 진풍경을 연출했고 극단 목화의 『비닐하우스』도 만원사례를기록하는 호응을 얻었다.
연출과 희곡부문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세번씩이나 재투표를 하는등경합을 벌였다.연출상을 수상한 『비닐하우스』의 이윤택을 비롯,『아,이상』의 박계배,『영원한 제국』의 주요철등이 각기 독특한연출기법으로 주목을 받았다.희곡부문은 50대부 부의 위기를 그린 『이혼의 조건』의 윤대성,요절한 천재시인 이상신화의 허구를그린 『아,이상』의 조광화,암울한 시대를 헤쳐나온 중년부인의 삶을 통해 현대사를 조명한 『이런 노래』의 정복근등이 경합을 벌인 끝에 정복근씨로 최종결정됐다 .
연기부문에서는 『아,이상』의 김갑수가 독특한 이상역을 만들어내며 연기상을 수상했고 극단 반도의 『영원한 제국』에서 올곧은선비역을 맡은 송승환,『이런 노래』의 박승태등도 원숙한 연기로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연기상을 수상했다.
무대미술에서도 고전과 현대를 결합한 깔끔한 무대로 무대미술상을 수상한 『영원한 제국』의 송관우외에 회전무대를 빛과 그림자로 활용,다양한 장면을 만들어낸 『번데기』의 조영래,원근법을 이용해 간결하고 정감있는 무대를 꾸민 『아,이상』 의 이학순등이 주목을 끌었다.
평론가 김방옥(金芳玉.청주대 교수)씨는 『예년같이 낯뜨거운 수준미달작이 없었던 것이 이번 연극제의 큰 성과』라며 그러나 『희곡심사를 더 줄이고 보다 실험적인 작품에도 문호를 개방하는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李正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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