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평>마리아 콤플렉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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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신조어(新造語)인 「마리아 콤플렉스」는 신성(神性)에 대한 우리들의 열등감을 나타낸다.이 콤플렉스는 더러움에 대한 일종의거부반응일 수도 있다.
박인숙의 현대창작무용『마리아 콤플렉스』(6~8일.예술의전당)는 생명에 대한 외경(畏敬)을 그리고 있다.생명은 거룩하다.그거룩한 생명 하나가 태내에서 무참히 사라져간다.그것은 임신중절을 택한 어머니들의 회한일수도 있다.박인숙 춤의 생명경시 풍조에 대한 경고의 낙태 상황묘사는 이처럼 역설적이다.이런 역설적상황묘사는 바로 박인숙 안무의 사회의식과 맞닿아 있다.
그의 안무는 형상의 표출에 악센트가 주어진다.극을 구성하는 4개의 상황과 에필로그를 12편의 신으로 확대해 태아의 움직임과 모체(母體)를 대비시키고 상호교감시키는 가운데 우리는 몇가지 강력하고 선명한 그림과 그곳에서 유도되는 사회 적 메시지를전달받는다.
창작활성화 기금으로 첫 발표됐던 91년 당시보다 이번 공연은시의에도 맞다.그것은 생명경시 풍조에 대한 종교적 교리를 실천함과 동시에 성교육의 무용예술적 프리젠테이션(제시)이 돼준다.
이 춤에는 임신중절의 죄악이나 생명경시 풍조가 관념적으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어린 목숨이 사라지는 아픔을 밑바닥에 깔고 남녀듀엣(육영미.
강경모)의 사랑과 수태,임신한 여인의 소외문제는 박인숙 안무의사회의식과 직접적으로 맺어져 군무형식으로 강력하게 우리앞에 문제의식으로 내던져진다.
물론 모든 장면이 선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그러나 순결.생명중시.낙태,그리고 그런 상황을 낳게 한 사회현실을 무용언어와 문법을 통해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은 귀중한 관람체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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