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탁구 복식 金등 전종목 우승권 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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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국탁구가 사상 첫 남고여저(男高女低)시대를 맞고 있다.이번아시안게임에서 남자팀은 복식 금메달을 비롯해 단식과 복식 단체전 3종목 준우승,단식 3위등 전종목에 걸친 우승권 진입으로 세대교체에 실패,복식에서 동메달 2개에 머무른 여자팀을 크게 앞질렀다.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등에서도 남자팀은 괄목할 성적을 일궜지만 그때마다 양영자(梁英子).현정화(玄靜和)등 슈퍼 히로인들의 그늘에 가려그 빛이 반감됐었다.
특히 펜홀더로선 세계최강이라는 김택수(金擇洙)와 「탁구IQ 200」으로 불리는 유남규(劉南奎)등이 함께 출전,막강 전력이라던 91지바.93예테보리 두 세계선수권대회서도 코리아팀 세계제패와 여자단식 첫 세계정상의 쾌거를 이룬 현정화 의 송곳 스매싱에 눌려 뒷전만을 맴돌았다.
때문에 남자팀은 언제나 여자선수들의 훈련파트너 정도로 인식됐고 마치 가방들어주기가 만년 직업처럼 느껴졌었다.
사실 지난해 93예테보리세계선수권대회후 귀국때 탁구사상 첫 그랜드슬램(87년-여복,89년-혼복,91년-단체,93년-단식)의 위업을 달성한 현정화와 이유성(李有盛)감독등 여자선수단 전체가 인터뷰 공세에 시달리는동안 강문수(姜文樹)남 자감독과 선수들은 뒷전에서 묵묵히 가방을 날라 보는 이들의 콧등을 찡하게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오랜 세월 맺힌 설움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말끔히 사라지게됐다.
남자팀에 고무적인 것은 산술적인 메달성적보다도 그동안 부진을면치 못했던 유남규가 전례없는 파이팅을 보이며 선전,세계랭킹 4위인 중국의 마원거(馬文革)를 꺾고 준우승까지 차지하는등 회복세를 나타낸 것이다.여기에 추교성(秋敎成)-이 철승(李哲承)조란 신예 복식조가 탄생,유남규-김택수조마저 누르고 우승해 남자탁구의 미래를 밝게했다.
따라서 고질적인 부상에 시달리는 김택수의 컨디션 조절과 秋와李의 단식능력만 보강하면 애틀랜타올림픽에서 또다른 금자탑의 쾌거까지 기대된다.
[히로시마=劉尙哲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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