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현주소>油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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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과잉투자라는 비난속에 만성적자이던 국내 석유화학 산업경기가 올들어 달아 오르고 있다.회복속도 또한 너무 빨라 업체들이 적응하는데 혼란을 겪을 정도다.
현재 국제(수출)가격은 대부분의 품목에서 우리 업체의 생산원가를 이미 넘어서 호황초기에 들어섰으며 적어도 앞으로 2~3년간은 호황을 누릴수 있을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이같은 호황의 주요인은 물론 세계경기가 생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는데서 찾을수 있다.다른 모든 산업에 소재를 공급하는 유화(油化)산업의 특성상 세계경기회복은 이 업종의 호황으로 바로연결되기 때문이다.
◇현황=우리나라 유화산업은 에틸렌 생산능력으로 볼때 세계 5위권에 드는 생산대국이다.연간 3백50만5천t의 에틸렌 생산능력으로 세계시장의 4.5%를 차지한다.89년 유화부문 투자자유화 조치이후 5년만에 생산능력이 6.4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대규모투자로 투자당시 과잉투자 논란을 불러일으켰었다.
그러나 세계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90년대 초반의 유화부문에 대한 투자를 돌이켜보면 이같은 투자러시가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 유화산업이 이만큼의 경쟁력을 갖추는 기반이되고 있다는 재평가가 나오고 있다.
85년만 해도 석유화학은 13억달러 수입에 수출이라고는 3억7천만달러에 불과,9억3천만달러 무역적자를 기록했던 적자산업이었다.그러나 지난해에는 29억달러 수출에 수입은 27억달러로 2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문제점=우리 유화산업의 이같은 경쟁력 우위는 그러나 낮은 가격의 범용제품에 국한되고 있다는 것이 취약점이다.우리나라 합성수지 가공제품의 단위당 평균수출가는 92년기준 수입가의 60%에 불과한데 비해 일본은 수출가공품이 수입가의 2.7배에 달했다.일본은 저가품을 수입해 고가품을 수출하는 이상적인 수출구조나 한국은 그 반대인 것이다.
생산된 폴리올레핀(PP.HDPE.LDPE)제품의 종류(그레이드數)를 비교해봐도 일본은 품목별로 1천~6천가지의 다양한 高부가 그레이드를 생산하는데 비해 우리제품은 범용위주의 1백~2백가지에 불과한 형편이다.
기술개발에서도 일본은 대부분의 업체들이 자체개발에 성공했으나우리업체들은 해외에서 이미 개발된 기술을 도입해 생산하는데 그치고 있다.73년 유화산업을 처음 시작한 대한유화나 최근에 새로 뛰어든 삼성.현대등이 기술적인 측면에선 별다 른 차이가 없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업체들이 기술개발을 소홀히 해 왔다는 것을 나타낸다.
◇대책=기술과 품질등에서 우리업체들의 경쟁력을 미국.일본.유럽의 거대 화학업체들과 비교하면 형편없이 뒤지는게 현실이다.호황이 지속되는동안 구조조정 노력과 사업다각화.기술개발등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움말 주신 분=윤종언(尹鍾彦)박사(삼성경제연구소 기계소재산업실장).장진양(張鎭洋)대림산업 이사.박훈(朴壎)대한석유화학공업협회 상무 〈鄭在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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