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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걸' 키워 기업의 별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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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LG필립스LCD의 조미진 상무는 회사 여자 후배들이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을 때마다 매번 놀란다. "임원이 되려면 회사에 올인해야 할 텐데 집안일은 어떻게 했나요. 육아휴직을 써도 승진에 문제가 없을까요"라는 질문들이 15년 전 자신이 했던 고민과 전혀 달라진 게 없어서다.

20여 년간 인사 업무를 담당한 라이나생명의 서유순 부사장은 "남자들은 대부분 부장이 되고 임원이 될 거라고 믿지만 여성들은 능력이 있어도 자신이 최고위 직까지 올라가리라는 신념을 갖지 못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조직 문화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여자 후배들을 돕기 위해 기업의 여성 임원들이 뭉쳤다. 21일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창립식을 하는 WIN(Women in Innovation) 은 국내 최초로 결성된 '리더를 길러 내는 여성리더들의 모임'이다. 국내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 여성 임원 30여 명이 참석한다.

서 부사장과 조 상무를 비롯해 한국 IBM의 이정미 파트너(전무급).이숙방 상무, LG전자의 최명화 상무, LG CNS의 임수경 상무, KTF의 조화준 전무, 푸르덴셜생명보험의 손병옥 부사장, 볼보코리아의 이향림 사장, 구글코리아의 박정현 상무 등이 후배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P&G의 이수경 상무, 오길비&마더의 송명림 사장, 두산의 김진형 상무, 바슈롬의 모진 사장, 듀폰의 김은미 상무 등 업계에서 꼽아 주는 여성 임원들도 WIN의 멤버가 됐다.

WIN의 발족에는 한국IBM의 역할이 컸다. 이 회사는 10년 전부터 사내에 여성위원회(woman council)를 만들어 여성 리더들을 길러 냈다. 임광수 한국IBM전무는 "여성 임원 비율이 15%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한국 사회 전체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WIN의 결성을 격려했다"고 말했다. WIN을 조직화하는 데는 이화여대 리더십개발원(원장 함인희)이 나섰다. 각 기업의 여성 임원 명단을 찾아 접촉했다. WIN 결성의 실무를 맡은 이화리더십개발원의 최은경 팀장은 "여성 임원들이 후배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말했다.

'WIN'은 미국의 '캐털리스트'라는 단체를 벤치마킹했다. 이 단체는 촉매제라는 의미처럼 여성들이 중간관리자에서 '기업의 별'이라는 임원으로 원활하게 승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 왔다. 멘토링과 워크숍, 리더십 강의 등을 통해 여성 중간관리자들이 최고위 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그들의 노하우를 전수할 생각이다. 서 부사장은 "임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장벽과 좌절, 도전과 극복 과정의 경험을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캐털리스트'처럼 여성 친화적 기업을 조사해 상을 주고 기업의 여성 임원들의 수를 조사.발표하며 여성 관리자와 기업의 생산성. 경쟁력과의 관계 등에 대한 조사.연구도 할 예정이다. WIN의 결성에 앞장섰던 에스티로더의 오철숙 상무는 "출장 등으로 참석 못한 삼성 등 대기업 임원들이 앞으로 대거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WIN 무슨 일 하나

·멘토링.워크숍.강의 등을 통한 여성 리더십 역량 강화

·여성 임원 간의 네트워킹

·여성 친화적 기업 발굴 시상

·기업의 여성 간부 현황 조사 발표

·여성 임원과 기업의 생산성.경쟁력과의 관계 조사·연구

◆캐털리스트(Catalyst)=1962년 커리어우먼들이 직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미국의 여성 단체. 커리어우먼의 역량 강화를 위한 컨설팅과 연구 등을 하며 매년 여성친화적 기업을 선정해 '캐털리스트 어워드'를 수상한다. 미국.캐나다의 대기업 340여 개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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