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대선 일정을 감안하면 늦어도 21일까지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하지만 양당은 20일에도 공방전을 벌였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 이인제 후보, 신당 정동영 후보와 오충일 대표(왼쪽 위 사진)가 12일 ‘4인 회동’을 통해 합당을 하기로 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오른쪽은 두 당의 후보와 대표 등 4인이 서명한 ‘통합민주당(가칭) 공동선언문’.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20일 합당 결렬을 알리는 기자회견 직후 신당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아래 사진) [연합뉴스]
박상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양당 후보와 대표가 서명한 합의를 뒤집은 신당은 속임수와 배신의 정당"이라며 "협상 테이블에 신당의 7개 계파 수장을 다 오라고 해 서명하지 않은 게 내 잘못"이라고 비아냥댔다. 유종필 대변인은 "신당이 민주당과의 통합 약속도 지키지 않으면서 창조한국당과의 연대를 말하고 민주노동당과의 연합까지 언급했는데 내일은 공산당과의 합작을 얘기할 것이냐"며 "결혼 약속을 발표해 놓고 동네 처녀들을 다 건드리고 다니는 카사노바 흉내를 내고 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양당의 관계는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더 악화된 모습이다. 그런 만큼 정동영 신당 후보는 민주당과의 협상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큰 상처를 입게 됐다.
무엇보다 "민주당과 세력 통합을 하면 지지율이 5~7% 오를 것"이라던 정 후보 측 기대가 손상을 입게 됐다. 세력 연합으로 호남 지지층을 결집하고 그 바람을 충청과 수도권으로 북상시키려던 '서부 벨트' 복원 구상도 헝클어졌다.
당 장악력이 바닥이라는 게 드러나 리더십에 흠집이 난 것도 손실이다. 협상 결렬은 친노 그룹과 민주당 탈당파 등 당내 세력 다수가 정 후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결과다. 이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정 후보는 당 회의에서 3시간가량 각 측의 주장을 들은 뒤 "전쟁터에 나간 장수를 말에서 끌어내리지 말라"고 호소했었다. 그럼에도 신당 의원들은 정 후보를 말에서 끌어내리는 것으로 보이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범여권 안팎에선 신당 일부 세력이 '정 후보 흔들기'를 하면서 대안 후보를 찾고 있다는 말까지 나돈다. 당내에선 정 후보 측이 지역 선대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자파 인사를 과도하게 배려한 게 당내 갈등의 원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문국현 "정동영 후보 사퇴하라"= 신당에선 헝클어진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의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우원식.우상호.이인영 의원 등 초.재선 38명은 "두 후보가 연합정부에 합의하고 후보 간 토론회를 열어 우열을 비교한 뒤 여론조사를 실시해 열세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후보 측이 세력 통합의 또 다른 축으로 여겼던 문 후보와의 단일화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후보 사퇴를 공식 요청한다"며 "정 후보가 (사퇴) 요청에 동의하기 힘들다면 공개토론회를 열어 따져 보자"고 요구했다.
신당에선 이런 혼선 극복을 위해 21일 중 민주당과 최종 협상 가능성이 나온다. 마지막 담판으로 통합 난관을 돌파할 계기가 아직 남아 있다는 주장이다.
김성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