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라!논술테마] 정치 시스템보다 어떤 지도자를 뽑느냐가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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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0월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59회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김장수 국방부 장관과 함께 장병들의 경례를 받고 있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며 국군 통수권자이다. [중앙포토]

대통령 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과 그들의 자질을 꼼꼼히 점검할 때다. 하지만 후보자도 유권자도 선거 공약보다는 득표 게임에만 몰두하는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과연 대통령제는 우리 사회에 잘 맞는 제도일까? 대안은 없는 것일까?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와 지도자 상을 모색해 보자.

대통령 중심으로 국가 발전하려는 제도
1인 독재 못하게 의회에 견제 권력 줘

대통령제라는 권력체제는 1787년 최초의 민주주의국가인 미국이 세워지면서 만들어졌다. 당시 미국인들은 영국 왕권에 저항하면서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을 매우 경계했다. 그 바람에 권력을 독점하는 독재를 막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미 대륙의 식민지들이 처음으로 만든 연합체(Confederation)는 모든 주를 하나로 묶는 데 실패했다. 의회는 각 주들이 의회가 정한 법을 따르도록 강제할 수 있는 힘이 없었기 때문에 중앙정부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결국 주들의 권한을 너무 광범하게 인정해 단일 국가를 만드는 데 실패한 것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한 헌법을 제정하면서 미국 건국자들(founding fathers)은 전체 주들을 하나의 국가 단위로 운영할 수 있는 강한 리더십을 가지면서도 독재의 가능성이 없는 효율적인 공권력을 고안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대통령 직이다.

이때 강한 리더십과 독재 방지라는 모순되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권력을 입법·사법·행정부로 분산해 어떤 한 기관이 권력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하는 중심에 위치하되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의회가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됐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통령은 한 명이 권한을 행사하지만 의회는 다수의 대표로 구성돼 독재의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 결과 법을 만드는 의회가 법을 집행하는 대통령보다 우위에 있게 된 셈이다.

새로 민주주의를 도입한 국가들은 대통령제를 선호한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효과적으로 국가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할 의회를 갖지 못할 경우 일인 독재로 흐를 위험성이 많다.

최근에는 현대국가에 복지국가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행정부의 전문화와 비대화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의회가 행정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현우 교수(서강대·정치학)

☞생각 플러스: 복지국가에서 행정부를 의회가 실질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제시하라.

바람직한 체제·지도자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어떤 정치 시스템이든 처음부터 국민을 불행에 빠뜨리려고 만든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기보다는 제도와 외부 환경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 문제가 생긴다고 본 것이다.

고대 로마의 지도자들은 이를 잘 간파한 덕분에 인류 역사상 단일 국가로는 가장 오랫동안 강성한 국가를 유지했다. 기존의 정치 시스템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대신 변화된 정치상황에서도 유효한 것은 잘 가려 활용함으로써 외부 환경과 조화를 모색한 것이다.

이를테면 영토 개념이 중요했던 고대 국가에 걸맞게 수도 인근을 관할할 때는 왕정으로, 이탈리아 반도와 지중해 세계를 통일할 때는 공화정으로, 유럽·아프리카·아시아를 아우를 때는 제정으로 시스템을 바꿔 가며 로마를 재정립했다.

21세기의 환경에서 대통령제를 최선의 시스템으로 보는 데는 여러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로마처럼 우리도 변화한 외부 환경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악(단점)으로 변질된 대통령제의 선을 제거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권력 장악에 몰두하는 관습이다. 대통령은 과거처럼 강력한 카리스마로 권력을 독점하는 존재가 더 이상 아니다. 국민이 인정하는 유효한 권한을 일시적으로 위임 받았을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을 헤쳐 나갈 지도자의 덕목도 새롭게 검증해야 한다. 겸손한 태도로 국민에게 명백한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과 상호 협력하면서 정직과 솔선수범으로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끝없는 자기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이처럼 대통령제의 가치관을 현대사회에 맞게 재정립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은 대통령을 어떻게 뽑아야 할까? 우리 국민은 그동안 지연·혈연·학연에 얽매여 대통령을 선택해 왔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고대 로마의 시스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로마는 세습제 대신 양자 제도를 도입해 나라를 가장 잘 이끌 사람을 선택했다. 그것이 국가와 국민 자신을 돕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김형곤 교수 (건양대·미국사)

☞생각 플러스: 21세기에 걸맞은 정치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보라.

[대통령제가 좋다] 정책 지속성 보장되고 정국 안정

민주주의 요체는 자유와 평등이다. 이 원칙이 지켜지려면 인권이 보호돼야 하는 것은 물론 주거·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이 보장돼야 한다. 국가 또는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도 이런 민주주의 원칙을 보호하고 신장하는 데 있다.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해 국가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상호 견제와 균형, 협조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그래서 경제·외교 안보·국가 재정 등을 책임지는 행정부, 법률 준수와 준법 판단을 다루는 사법부, 법률 제정과 정부 지출의 승인·감독을 맡는 의회가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중 국가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행정부를 중심에 놓고 보면 대통령 중심제 국가 체제가 있다.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민주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는 권력 집중적 대통령제가 그것이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스타 플레이어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국가 통합의 상징, 국내외를 대표하는 국가원수, 정당 총재, 의회 지도자, 행정부 수반, 국군 통수권자, 긴급재정 명령권자로서 최상위의 권한을 갖고 행정 임무를 수행한다.

이 때문에 국가 정책의 지속성이 보장되고 정해진 임기 동안 정국이 안정된다.

대통령에게는 보통 사람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상상력·창의력·정책 추진력·국민 역량 결집력·판단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완벽한 자질과 덕목을 고루 갖춘 대통령은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에 유능한 막료와 보좌진으로 구성된 조직과 팀워크가 필요한 것이다.

물론 막강한 권력이 집중되다 보니 대통령의 독단적 정책 결정이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민주주의 체제 자체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의회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대법원(미국), 헌법재판소(한국)가 위헌심사를 통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개입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에는 급변하는 세계화 시대 속에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내각책임제 국가인 영국·독일·이탈리아·일본 등도 미국 대통령 비서실 직제를 도입하고 있다. 총리가 대통령에 버금가는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형 내각제로 변모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 정치제도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최평길 명예교수(연세대·행정학)

☞생각 플러스:대통령제가 지닌 한계를 실제 사례를 들어 지적하고 이를 해결할 근본적 방안을 모색하라.

[내각제가 좋다] 대결 대신 합의와 타협의 정치 가능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을 위해 현행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로 바꾸자는 주장이 적지 않다. 현재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대통령제의 가장 기본적인 제도적 원리는 이원적 정통성과 고정된 임기다. 다시 말해 대통령과 의회를 국민이 모두 직접 선출하며, 이들은 독립적으로 임기를 보장 받는다는 말이다.

문제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과 의회가 대립할 경우 이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우며, 경우에 따라 파국적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여소야대(與小野大)’라고 일컬어지는 분할 정부 상황에서 여야 간의 극한 대립, 의원 빼가기와 꿔주기 등이 빈발한다.

대통령제에서는 승자가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현상이 벌어진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제에서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극한적으로 싸우는 대결의 정치가 일반화된다.

반면 의원내각제에서는 국민이 선거를 통해 의원만 직접 선출하며, 정부의 수반인 수상(혹은 총리)은 의회에서 선출한다. 또 내각은 의회의 신임에 의존하지만 임기 중이라도 의회를 해산할 수 있다. 따라서 의회와 정부가 대립할 때 내각 불신임과 의회 해산이라는 제도적 방법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나아가 정부의 구성과 운영도 협의에 의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대통령제에서 나타나는 ‘승자독식’과 대결의 정치보다는 합의에 기초한 정치 문화가 발전한다.

물론 대통령제에 비해 의원내각제에서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고, 정치적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경험 연구에 따르면 대통령제에 비해 의원내각제가 훨씬 정치적 안정성이 높다. 또한 의원내각제의 경우 선거에서 정당에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대통령제의 경우 대부분 연임이나 중임을 제한하기 때문에 오히려 정치적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이처럼 대통령제는 의원내각제에 비해 제도적으로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 이뿐 아니라 경험적으로도 대통령제 국가보다 의원내각제 국가가 민주주의를 오랫동안 잘 유지해 왔다.

김영태 교수 (목포대·정치학)

☞생각 플러스:우리나라에서 의원내각제를 도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예측해 보고 이를 해결할 방안을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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