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그림자조직 은행 변신의 첨병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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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얼굴 없는 「그림자 조직」들이 은행마다 소리없이 움직이고 있다.모두가 항시 공식 조직에서는 비켜선 채 몸을 숨기고 있지만공식 조직보다 몇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덩치가 커진 은행들이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살아 남을 수 있게끔 하기 위한 「변신의 첨병」 역할을 주로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조직의 공통점은 5~6명 정도의 적은 인원,열띤 토론,기민한 행동등 세 가지다.필요하면 생겼다가 맡은 임무를 처리하면 사라지는「시한부」 조직이기도 하다.짧게는 6개월 미만의단명 조직도 있다.작년부터 부쩍 늘어나기 시작한 이 들 조직이뛰는 분야는 주로▲경영 정보및 개선▲은행의 위험관리▲이익을 꼼꼼히 따져본뒤 돈을 빌려주고 예금을 받는 수익성높이기 ▲일 처리와 흐름의 효율적 개선등이다.
신한은행이 올초 출범시킨 리엔지니어링(BRE)팀은 대표적인 그림자조직.융자.수신.외환등 3개 팀이 만들어졌다.팀장 한명에대리급 5~6명으로 구성돼 있는 이 조직의 캐치프레이즈는 눈길을 끈다.「쓸데없는 일은 그만합시다」.
일선 영업점에 있다가 융자 BRE 팀으로 자리를 옮겨 6개월째 일하고 있는 문광식(文光植.35)대리는 『싸움에 가까운 열띤 토론을 하다보면 여기가 은행인지 아닌지 모를 때가 많다』고말했다. 신한은행이 가동하는 「2002년 위원회」의 숨은 활동도 눈여겨 볼 만하다.출범 2년이 된 이 조직은 행장.전무와 함께 과장 4명,대리 12명,행원 8명등 24명이 참여하며 톱과 일선 실무진이 직접 연결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골칫거리 한양문제를 턴 상업은행은 5개의 그림자조직을 운영중이다.점포개설반.경영개선반.BRE 사무국.감찰반및 특별감사반등이 그것.특히점포개설반은 영업조직이 곧바로 영업을 시작하면 되도록 완벽하게점포를 꾸며 열쇠만 넘겨주는 「턴 키 베이스」제도를 도입했다.
상업은행 서광하(徐廣河) 이사는 『앞으로 국제금융 마케팅과 선물(先物)제도등에도 이같은 조직을 구성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미 제안심사실무위원회.자금금리실무협의회.사무혁신지원반등 비정형 타입의 조직을 운영 중인 조흥은행과 최근 신상품개발팀을 가동시킨 제일은행,전조직의 「아메바 化」를 선언한 한미은행등도 그림자조직의 활동 영역을 넓혀가며 변화의 새바람 을 넣기에 힘쓰고 있다.
〈金光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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