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BBK 문제 많아 김경준과 동업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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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19일 서울 송파구 아산생명과학연구소를 방문해 입체 안경을 끼고 세포의 3차원 구조를 보고 있다(左). [사진=오종택 기자] 1995년 서울에서 열린 재미동포 변호사 에리카 김(흰옷 입은 여성)의 출판기념회에서 이명박 후보가 에리카 김과 함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右). [중앙포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19일 BBK 전 대표 김경준씨와 만남에서 결별까지의 스토리를 자세히 밝혔다. 방송기자클럽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다. 이 후보가 김씨와의 관계를 장시간 설명한 것은 처음이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김경준과의 만남

-김씨와 만나게 된 과정은.

"내가 미국에서 귀국한 2000년 초 김경준씨를 만났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선거법 위반 문제로 의원직을 사퇴한 뒤 1998년 미국에 갔다가 2000년 초 귀국했다) 당시 언론에서 김씨의 능력과 실적을 높이 평가했다. 그가 내 사무실을 찾아와 당시엔 낯설었던 이뱅킹(E-Banking)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그래서 동업하게 됐나.

"내가 흥미를 가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 후에 김씨 부모님이 나를 방문했다.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니 좀 도와달라'고 부탁도 했다. 그래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미국에 있을 때는 김경준씨와 접촉한 적이 없나.

"(에리카 김의) 동생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김씨는 미국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뒤(귀국해) BBK라는 회사를 만들어놓고 있었다. 자기 부인 보라의 B, 동업자 밥의 B, 본인 이름 김의 K, 투자자 세 사람의 이름을 땄다고 하더라."

-누나 '에리카 김'의 조언이 김씨를 신뢰하는 데 작용했나.

"에리카 김은 방송사에서 인터뷰를 여러 번 했을 거다. (※에리카 김이 유명한 인물이라는 얘기) 그래서 여러 경로를 통해 많은 분과 같이 만났다. 에리카 김도 자기 동생의 얘기를 그 후에 했다."

-사업 파트너 관계를 왜 정리했나.

"이뱅킹 회사를 함께 창립하려다 BBK가 문제가 되는 것을 보고 '아! 이렇게 문제가 있다면 같이할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중도에 포기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한 것이다. 그래서 내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BBK 대표였던 김씨는 2001년 펀드 운영 보고서를 위조했다가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적이 있음)

-BBK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어떤 대화를 했나.

"김씨가 금융감독원과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문제가 뭐냐'고 물었더니 김씨는 '내 회사인데 왜 당신이 관여하느냐'고 했다."

◆BBK와 검찰 수사

-김경준씨는 이면계약이 있었다는데.

"이면계약서가 있어 확실히 나에게 문제가 있었다면 그가 왜 3년 반 동안 귀국하지 않았겠느냐."

-정직하라고 가르친 어머니에게 한 점 부끄러움이 없나.

"어머니까지 모시고 나올 필요는 없다. 난 주가를 조작할 전문지식도 없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다.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독실한 신앙인인데 도곡동 땅의 소유주가 아니라는 것을 단언할 수 있나.

"신앙인 이전에 법적인 문제다."

-검찰 수사에 협조하나.

"협조하겠다. BBK 주식, 주가조작 문제는 검찰이 조사해 보면 (저를) 부를 이유가 전혀 없다. 법과 검찰의 양심을 믿는다."

서승욱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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