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중국 간판 여배우 공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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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장풍을 날리는 공리(30)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정말 의아해했다.몇달전 개봉된 서극감독의 『천룡팔부』에서 그녀는 임청하와요술같은 무예경쟁을 벌였는데 이전의 『붉은 수수밭』『국두』『홍등』『패왕별희』그리고 『인생』에서 보아왔듯 폐부 에 스며드는 진지한 연기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다.이것은 분명히 외도였다.
더러는 실망도 했고 또 어떤 이는 공리가 홍콩으로 진출해 대중국(중국.홍콩.미국의 화교영화인)영화제작시스템에 가담하려는 신호탄이란 해석도 내렸다.그러나 연기인 공리로 보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변화를 주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히 지 않은 배우는 이미 팬들의 사랑을 잡아둘 기회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공리는 결코 홍콩의 임청하.왕조현.관지림.오청련.진소하등과 같은 홍콩반열로 떨어질 수 없는 배우다.그녀가 쌓아온 화려한 업적이 그렇게 되는 것을 막고 있으며 현재 중국이 그녀에게 걸고 있는 기대가 또한 그녀를 지탱케 해준다.그녀는 여전히 사랑과 이웃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추알의 모습(『붉은 수수밭』)이며 남편과 조카 사이에서 성과 운명에 몸서리치다가 아이를 낳고사랑을 보듬는 여인(『국두』)이고 남성과 동등한 지위로서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는 자각하는 여성( 『홍등』)이다.
그녀가 맡은 배역은 거의가 자기 앞에 닥친 질곡을 끈질긴 생명력과 투혼으로 극복하는 불굴의 여인상이다.그 인상이 너무나 강렬한 것이어서 그녀를 묘사하는 말도 양극으로 나뉜다.『단아한마스크에서 순수의 결정을 보는 것 같다』는가 하 면『도톰한 입술과 촉촉한 눈빛에서 요부의 고혹을 느낀다』는 말도 한다.물론그 둘이 교묘히 조화된 것이 그녀의 모습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런 소리들은 팬들의 몫이고 진짜 그녀를「소유」한 사람은 장이모감독(44)이다.첸카이거와 함께 현재 중국 양대 감독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장이모는 그녀의 오늘이 있게한 주인공.공리가 베이징(北京)중앙희곡학원 3학년때 장이모 는 『붉은 수수밭』에 그녀를 과감히 발탁,베를린영화제에서 금곰상을 수상함으로써 그녀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다.
***출연작『귀주…』 『화혼』 동시 개봉 그 후 공리와 장이모는 『국두』『홍등』을 비롯,92년 그녀에게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귀주이야기』『인생』『화혼』등을 완벽한 호흡 속에서 빚어냈다.
최근 중국정부는 장이모의 이혼을 받아들이고 공리와의 결합을 허락했다고 한다.지난 5월 칸영화제의『인생』시사회에 장이모 없이 혼자 나타난 공리는 장이모의 소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쓴 미소로 일관했었다.그때 중국당국은 『인생』과 일련의 작품들에 중국체제에 대한 비하부분이 있어 출국을 막았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둘은 지금 최대의 선물을 받은 셈이다.그들 사랑의 씨앗이 이 가을에 국내서 나란히 선보인다.『귀주이야기』와『화혼』,가장 공리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작 품이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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