聯政위기로 치닫는 이탈리아 정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언론재벌 총수 출신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총리(57.사진)가 이끄는 이탈리아 우파연정의 앞날이 출범 6개월만에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사정(司正)검사들과 정부의 맞대결이 마주 달려오는 두 기관차처럼 정면충돌의 위험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시책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은 총파업을 무기로 정부의 목을 죄고 있다.
뿌리깊은 이탈리아의 부패구조 척결을 내세운 사정검사들의「마니풀리테」(깨끗한 손)운동의 초점이 피닌베스트그룹으로 옮아가면서그 총수인 베를루스코니총리가 정면충돌 위험의 정중앙에 서게된 형국이다.
피아트와 올리베티에 이어 이탈리아 3위의 대재벌인 피닌베스트그룹은 유료TV채널인 텔레피우사 주식의 1백%를 소유하고 있었으나 反트러스트법 시행에 따라 지난92년 10%지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매각했다.
그러나 뇌물을 주고 세무경찰의 눈을 속이는 방법으로 실제로는훨씬 많은 지분을 지금도 보유하고 있다는 혐의가 이 그룹 관련7가지 비리중 최대 현안으로 떠올라 있다.
이와 관련,밀라노의 프란체스코 보렐리검사장이 베를루스코니총리를 겨냥,『政 .財界의 최고위층까지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고발언,정부와 사정검사간 대립이 정면대결로 치닫게 됐다.
격분한 베를루스코니총리는 보렐리검사장을「헌정권위 침해」(최소징역10년)혐의로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있는 고등치안검사위원회에제소했다.
하지만 보렐리검사장은 굴복은 커녕 피닌베스트그룹 본사에 대한전격수사를 강행,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도 정국의 앞날을 불안케 하고 있다.베를루스코니정부는 막대한 재정적자 가운데 내년중 50조리라(약3백억달러)를 줄이기 위해 초긴축예산을 편성,노동자에 대한 연금과 의보혜택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이에 반발한 노동자들이 14일 총파업을 강행할 예정이어서 우파연정의 장래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우파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북부연맹등 여타 정당들은 사정검사들과의 맞대결이나 재정정책에 이견을 노출,자칫하면 연정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베를루스코니총리는 사정검사들의 자신에 대한 목조르기를 정치적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몰아 붙이고 있으며 이러한 비난이 일부에서 공감을 얻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정국불안의 근본적 원인은 베를루스코니총리가 부와 권력을 한꺼번에 갖고 있는데서 비롯된 갈등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분석이다.그가 자기소유 기업과 분명히 선을 긋고,사심 없이 정치에 임할 때만이 위기극복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
〈裵明福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