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신당도 별수없는 각목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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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도 유분수지.당을 통째로 집어 삼킬 셈이냐.』 『야 막아,막아.』 10일 오전8시30분 여의도 63빌딩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장면이 벌어졌다.각목과 쇠파이프가 난무하고 소화기가 날았다.폭력배의 편싸움을 방불케 하는 난장판이었다.
신민당 박찬종(朴燦鍾)대표.양순직(楊淳稙)최고위원측이 소집한임시전당대회를 저지하려는 김동길(金東吉)대표측과 이를 강행하려는 비주류측간 다툼이었다.
야당 당원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젊은 청년들의 이같은 충돌과정에서 급기야 머리가 깨지고 이가 부러지는 부상자들이 생겨났다.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고 민자.민주당등 기성 정당에 대한 대안임을 스스로 내세운 신민당은 20여년전 舊신민당의 각목대회를 그대로 재현했다.
그러나 겉으로 나타난 이같은 폭력보다 지켜보는 사람들을 더 우울하게 한 것은 속에 숨겨진 술수다.
다가올 지자체 선거에서의 공천권과 막대한 액수의 국고보조,향후 정치적 입신을 노리는 계산들이 얽히고 설켜 신민당 지도부라는 인사들은 추악한 이합집산을 보여줬다.정치신의라는 말은 휴지조각이 돼 뒹굴었다.
이 과정에서 당권 각서가 공개되고 인신공격과 비방도 난무했다. 이날 신민당의 반쪽 전당대회는 구태(舊態)를 보여주며 우리의 정치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았다.우리의 정치발전이 아직 요원한것 아니냐는 의문을 가지게도 했다.
정치의 본모습은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타협점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신민당 전당대회는 정치가 철저히 실종된 모습을 보였다.그래서 이런 정치를 위해 국민이 낸 세금을 뭉텅 지원해줘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도 새롭게 들게했다.신민당의 金대표측은 정치 잘해보라고 지원한 국고보조금을 朴대표측의 전당대회강행을 비난하는 광고비로 지출했다.
朴대표측이 이번 대회로 법통을 가지게 되면 호화로운 장소에 대의원들을 불러모아 당권을 탈취한 이번 임시전당대회의 개최비 역시 국고보조금에서「정산」될 가능성이 있다.
신민당 주변에는 朴대표측의 임시전당대회 비용이 4억원이라는 얘기가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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