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이 에이즈보다 더 무서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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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호 24면

에이즈 환자와 B형 간염 환자 중 어느 쪽이 사망할 가능성이 더 클까.

브루스 크레터 BMS제약 부사장 인터뷰

다국적 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글로벌 메디컬 책임자인 브루스 크레터(사진) 박사는 “아프리카를 제외하곤 간염이 정답”이라고 잘라 말한다. 바이러스의 위험성은 에이즈가 더 높지만 간염은 방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달 초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전미간염학회에 참석한 그는 “한국은 백신 접종으로 청소년 보균율을 크게 낮췄지만 30대 이상의 보균율이 여전히 높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간염이 그렇게 위험한가.

“에이즈나 간염 모두 바이러스 질환이고, 치명적이기로는 에이즈가 더하다. 하지만 에이즈는 잘 관리되지만 간염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예컨대 미국이나 영국은 간염 환자의 수조차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다. 보균율이 높은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죽을병’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치료를 게을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B형 간염 환자 중 상당수가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돼 사망한다. 이런 경우가 중국·한국 등 동아시아에서만 한 해 36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아시아에서 유독 보균율이 높은 이유는.

“개인적으론 간염 바이러스의 발원지가 동아시아, 특히 중국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처음 인체에 침투해 중앙아시아와 유럽 등 주변 지역으로 확산된 것 같다.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선 전염되지 않는데도 유독 중국에서 보균율이 높고, 주변으로 갈수록 낮아지기 때문이다.”

-술잔 돌리기나 음식 나눠먹기가 간염과 상관없다는 건가.

“그렇다. 간염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는 에이즈와 똑같다. 어머니로부터 태아로 옮겨지는 수직감염이 대부분이고, 환자와의 성관계, 수혈, 오염된 주사바늘, 면도기, 문신 등을 통해서도 옮겨진다. 한마디로 혈액으로 감염된다. 따라서 간염 환자와 밥을 같이 먹거나 술잔을 돌린다고 해서 전염되진 않는다.”

-최근 한국의 B형 간염 보균율이 크게 낮아졌는데….

“한국은 백신 프로그램이 개발된 뒤 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도입한 최초의 국가들 중 하나다. 덕분에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10명 중 한 명꼴이던 보균율이 2%대로 떨어졌다. 특히 20세 이하에선 이 비율이 0.5∼1%에 머물고 있다. 어머니로부터 태아로 옮겨지는 수직감염이 차단된 덕분이다. 하지만 백신의 혜택을 받지 못한 30대 이상의 보균율이 여전히 높다는 게 위험 요인이다.”

-이번 학회에선 내성을 줄이는 데 관심이 모아졌다. 왜 그런가.

“치료약이 나타나면 바이러스도 이에 대응해 스스로를 바꾼다. 돌연변이를 통해 내성을 키우는 것이다. 이러면 처음 효과가 있던 약도 곧 쓸모가 없어진다. 최근 우리가 내놓은 항바이러스제인 바라크루도는 내성 발생률을 기존 약의 10분의 1 미만인 2%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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