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이라크 유엔 경제제재의 실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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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라크는 쿠웨이트 침공 이후 4년에 걸친 국제 경제제재 조치로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이란과의 8년 전쟁을 포함,11년에걸친 전쟁에다 경제봉쇄조치로 전후 복구는 커녕 2천만 국민의 생계조차 위협받는 실정이다.
현재 유엔의 제재조치는▲식료품.의약품을 제외한 전면적인 금수(禁輸)조치(예외품목도 유엔 승인 필요)▲해상 전면 봉쇄▲석유수출 금지▲모든 항공기 이라크 출입금지▲해외자산 동결▲북부와 남부 반군기지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선포등 입체적으 로 진행되고있다. 당초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제재조치는 큰 효과를 거두지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이라크가 6개 국가와 넓고 느슨한 국경을 접한데다 봉쇄조치 이전에 이미 3백억달러 이상을 외국은행 비밀계좌로 빼돌려 놓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르단은 국경 밀무역으로 경제제재 특수를 누렸으며 이란은 이라크 석유를 헐값에 몰래 사들여 자국산으로 위장,국제현물시장에 내놓아 재미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감시로 경제 제재 효과는 의외로 강력했다.터키로 연결된 파이프라인에는 항상 석유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이라크 석유는 한방울도 빠져나가지 못했다.
외국은행에 개설된 계좌도 이제 바닥이 났으며 해외 자산 동결로 외화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수입물품이 달리면서 물가는 걸프전 이전에 비해 1 천배 이상뛰어올랐다.
계란 한줄이 우리돈 10만원에 거래되고 부품교체가 제때 안돼태반의 자동차가 움직이지 못해 생필품 유통이 마비된 상태.
이라크는 91년 한햇동안 어린이를 포함한 8만5천명이 기아로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물가폭등으로 이른바「당백전(當百錢)」이라는 50디나르와 1백디나르짜리 고액권(걸프전 이전에는 25디나르 지폐가 최고였다)이 발행됐다.그러나 영국의 인쇄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인쇄가 조악해 유통되고 있는 고액권 지폐의 30% 를 위조지폐가 차지,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李哲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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