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喪家 정치권 물밑교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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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모친상을 당한 전포철회장 박태준(朴泰俊)씨의 경남 양산 상가(喪家)에는「문상(問喪)정치」가 펼쳐지고 있다.
1년7개월의 해외 유랑생활을 끝내고 귀국(9일)한 朴씨의 정치 실패탓인지 썰렁한 상가는 정치무상과 함께 동병상련(同病相燐),현정권의 화합 정치 기류가 미묘하게 엉켜져 흐르고 있다.
문민정권의 실세인 최형우(崔炯佑)내무장관이 9일 오후 조문했으며 민자당 문정수(文正秀.부산북갑)총장도 다녀갔다.崔장관의 문상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보낸 조화(弔花)의 의미를 뒷받침해 주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반응이다.
물론 청와대에서는 이런 장면들이 정치적 의미로 해석되는 것을경계하고 있지만 민자당 주변은 이를 권력관리 흐름의 변화쪽으로해석하는 측도 적지 않다.
10일 아침 상가를 찾은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과 朴씨의 만남은 정치무상 자체였다는 것이 현지의 표정이다.민자당의 대권후보 파동에서 모호한「노심(盧心.노대통령의 마음)」을 내비쳤던 盧씨와 그것을 잘못읽어 오늘날의 처지가 된 朴씨의 대면이었기 때문이다.이제 둘다 야인이 된 마당에서의 만남은 그런점에서 착잡한 것이었다.문민정권 출범뒤 몰락한 박철언(朴哲彦)전의원과 밀려난 포철 간부들은 朴씨와 쓰린 심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朴씨가 거느렸던 민자당내(최고위원 시절)민정계(民正系)의원들은 그의 귀국과 함께 발걸음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눈치를 보고 있어 세태변화에 민감함과 한계를 보여주었다는것이 상가를 지키는 사람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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