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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감산 쇼크로 유가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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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0일(현지시간) 산유량을 10%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원유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OPEC의 대규모 감산 결정으로 유가가 급등해 한국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10개국 석유장관들은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산유량을 오는 3월 말까지 하루 2천6백만배럴에서 현 쿼터인 2천4백50만배럴까지 줄이고, 다시 4월부터 쿼터 자체를 2천3백50만배럴로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OPEC의 산유량은 약 10%인 2백50만배럴 줄어들게 된다.

OPEC는 "4월부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석유수요가 급격히 줄기 때문에 유가 폭락을 막으려고 감산 결정을 내렸다"며 "유가가 배럴당 25달러 이하로 떨어질 경우 70만배럴을 추가로 감산할 수 있는 권한을 OPEC 의장에게 부여한다"고 밝혔다.

OPEC의 감산 결정이 알려지자 국제유가가 일제히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전날보다 0.91달러 오른 배럴당 33.87달러를 기록했고, 중동산 두바이유는 0.22달러 올라 27.65달러에 마감했다.

WTI는 11일 새벽 장외거래에서 34.12달러로 거래되는 등 지난달 중순 한파로 일시적으로 치솟았다가 안정됐던 유가가 'OPEC 충격'으로 다시 오름세를 탄 것이다.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인 미국의 존 스노 재무장관은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OPEC 회원국은 바스켓 유가지수(주요 유가평균)가 지난해 12월부터 스스로 정한 상한선(22~28달러)을 넘어 고공행진 중인데도 이익을 더 챙기려 한다"고 비난했다.

스노 장관은 "고유가는 세금처럼 경기회복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OPEC 회원국들의 지난해 석유수출 수익은 고유가로 2002년에 비해 24%나 늘었다.

OPEC 회원국인 이란의 비잔 남다르 잔가네 석유장관은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크다"며 감산 결정을 달러 약세 탓으로 돌렸다.

마흐무드 즐리트니 리비아 석유장관도 "약한 달러의 상황에서 적정 유가는 28~29달러 선이 돼야 한다"고 말해 유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는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회원국들이 쿼터제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커 감산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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