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졸자 두 명 중 한 명 '88만원 세대' 또는 무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서울 소재 A공대를 나온 김주영(가명.25.여)씨는 졸업 후 2년 가까이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을 전전하고 있다. 김씨는 20대 대졸자들의 필수라는 어학 연수.공모전 수상.인턴 경력.봉사 활동.자격증 등 '취업 5종세트'를 모두 갖췄다. 그러나 대기업이나 공무원 시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취업 3수, 4수를 하더라도 안정된 직장을 갖고 싶어 계속 도전하고 있다"며 "지금은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면목이 없어 벤처 업체에서 월 110만원짜리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4년제 대학 졸업생 10명 중 5명이 김씨와 같이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이른바 '88만원 세대'나 실업자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런 내용의 '2007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조사는 전문대를 포함한 전국 376개 대학과 142개 일반대학원 졸업자 56만63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기준일은 4월 1일이다.

교육부 김정민 기반구축지원관은 "4년제 대졸자의 정규직 취업률은 48.7%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전문대(65.1%)와 일반대학원(61%)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지원관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합친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은 68%, 전문대는 85.2%, 일반대학원은 81.7%로 분석됐다"며 "청년실업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4년제 대졸자 중 취업 대상자는 24만7424명으로 이 중 68%(16만8254명)만이 일자리를 얻었다. 그나마 정규직은 12만618명에 불과했다. 비정규직은 임시직 11.6%, 시간제 일용직 5.5%, 무급 가족종사자(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에서 정기적 보수 없이 일하는 사람) 0.6% 등이다.

대학별 정규직 취업률은 고려대.연세대.서울산업대.성균관대.서강대.금오공대.세명대.초당대 등 8곳(졸업자 1000명 이상 기준)만이 70%를 넘었다. 서울대와 이화여대는 50%를 밑돌았다.

양영유.김기찬 기자

◆88만원 세대=20대 가운데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는 상위 5%를 제외한 나머지 그룹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비정규직으로 평생 88만원에서 119만원 사이의 월급을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88만원은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 비율 74%를 곱한 수치다. 파리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우석훈 박사가 같은 제목의 책을 내 화제가 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