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미국 벤처기업들의 우여곡절 성공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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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세상을 바꾼 32개의 통찰
제시카 리빙스턴 지음,
김익환 옮김
크리에디트,
670쪽, 1만9800원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는 대개 천편일률적이다. 뚜렷한 목표, 치밀한 인생설계, 불굴의 의지 식으로 묘사된다. 지나치게 미화될 때도 있다. 그런데도 성공스토리를 찾는 사람들은 많다. 이 책 역시 미국의 성공한 벤처기업가 32명의 성공담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나 기업가도 있지만 애플컴퓨터나 야후, 구글 등 잘 알려진 기업들도 소개됐다. 창업 시절 경험을 인터뷰했다는 차별성은 있지만, 지은이가 제시한 기업의 성공요인이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런 류의 책을 꾸준히 찾는 건 위안을 받고 싶어서가 아닐까.

가령 웹 기반 전자결제시스템을 개발한 페이팔의 창업자 맥스 레프친은 대학 졸업후 빈둥빈둥 놀다가 운 좋게 돈 많고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 회사를 설립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거나 창업 꿈을 꾸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위안이 될 만한 얘기다. 또 레프친은 처음부터 전자결제시스템을 생각한 것이 아니다. PDA용 소프트웨어, 휴대용 기기의 암호화, 휴대용 기기에 돈을 저장하는 방법 등을 궁리하다가 전자결제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는데 이게 대박을 터뜨렸다. 뚜렷한 창업 아이템이 없어 고민 중인 젊은이들에게는 희망적인 대목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초창기 사기를 많이 당했다. 한달 동안 1000만 달러를 손해본 적도 있었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하루하루 어렵게 버티고 있는 벤처 기업가들에게는 성공한 사람들도 힘든 고비를 다 겪었다는 동질감과 ‘나도 이 난국을 이겨낼 수 있다’는 도전 의지를 준다.

이 책에서 챙겨야 할 건 바로 이런 점이 아닐까. 성공 과정을 배워서 그대로 따라 하겠다는 생각 대신 “나와 다르지 않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위안과 영감만 얻으면 된다. IT벤처 기업에 관한 얘기라 관련 용어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건 이 책의 결함이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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