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정책대안에 골몰-중간평가

20일간의 일정으로 지난달 28일 시작된 국정감사가 이제 절반이 지났다.
국감 시작전 여야 모두는 내년에 실시될 지자제선거를 겨냥,폭로성 감사보다는 정책감사를 벌이겠다고 공언한바 있다.중반이 지난 지금까지 비교적 이 원칙은 잘 지켜져오고 있다.물론 국감초반 일부 의원들이 질의자료를 사전에 폭로해 정작 본감사때 맥이빠졌다는 지적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국감 분위기는 예년보다 훨씬나아졌다는 평가다.
○…이같은 평가는 무엇보다 국감에 임하는 의원들의 자세가 달라진데서 비롯된다.이번 국감에서 의원들은 여러가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교육위 김호일의원(민자.마산합포)은 지난8월 정책비서관등과 미국 샌프란시스코등을 돌며 조사한「재 외국민 민족교육실태조사 보고서」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김원웅의원(민주.대전대덕)은 작년에 이어 농어촌 벽지학교의 현장답사등을 통해 만든 4백67쪽의「교육백서」를 냈고 박석무(민주.무안).김원길(민주.도봉을).이경재(민주.구로을)의원등은 여론조사결과를 질의자료로 활용했다. 기발한 정책대안을 제시해 국감의 질을 높이는 시도도 눈에 띄었다.
임복진의원(민주.광주서을)은 군의 환경파괴를 막기위한「환경군대」설치를 제안했고 유인학의원(민주.영암)은「지적재산권 보험제」 도입을 촉구했다.김정수의원(민자.부산진을)은「대기업 계열사특별관리반」을,유성환의원(민자.전국구)은 아파트 부실을 막기위한「아파트 후분양제도」도입을 각각 정책 아이디어로 내놓았다.
비디오.슬라이드등 시청각 기법을 동원해 정책물증을 들이댄 의원들도 많다.수산청감사에서 이규택의원(민주.여주)은 어항을 들고나와 수입어류인 배스와 블루길이 국산 민물치어를 잡아먹는 모습을 연출,어족보호를 역설했다.
장준익의원(민주.전국구)은 조근해공군참모총장을 태운 UH60헬기의 추락원인을 기체 결함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중에서 8만원에구입한 모형헬기를 들고 나왔다.장기욱의원(민주.전국구)은 서울재개발지역의 철거장면을 찍은 비디오를 상영하며 철거반의 폭력 행사를 추궁했고 서훈의원(무소속.대구동을)은 슬라이드를 돌려가며 액체가성소다의 수급불균형을 따졌다.
과거와 달리 중진의원들의 따끔한 추궁장면은 이번 국감에서 가장 변화된 모습중 하나다.국방부 감사에서 5선의 정석모의원(민자.전국구)은 주한미군의 주둔비 분담률과 관련한 27쪽의 질의서를 돌려 동료의원들을 놀라게 했다.권익현의원(민 자.전국구)도 질문대열에 가세했고 김덕룡의원(민자.서초을)은 매서운 질의로「돌아온 재무통」이란 명성을 얻었다.
○…상임위별로 묻힐뻔했던 쟁점을 끝까지 추적하는 열의를 보인점도 돋보였다.내무위 인천시청감사에서 김옥두의원(민주.전국구)은 북구청 조세비리와 관련,「1.3회」「부화회」를 폭로해 토호세력과 공무원이 유착된 구조적 비리라는 점을 부각 시켰다.육군본부감사에서 강창성의원(민주.전국구)은 김동진참모총장의 1,5인맥 구축설의 진위를 물고 늘어져 이를 쟁점화시키기도 했다.과거 야당 폭로-여당 감싸기식의 구태도 많이 사라졌다.
7일 서울시교육청감사에서 강동교육청 금품수수사건에 대해 이해준교육감의 인책문제를 제기한 쪽은 민자당 구천서의원이었고 여기에 이영권위원장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민주당 홍기훈.이협의원 등은 오히려 보조사격수로 나앉는 진풍경을 보이기도 했다.현장확인작업도 활발해 부산검역소 국감때 의원들은 수입농산물의 검역현장을 찾아가 냄새를 맡고 제조일짜를 꼼꼼히 살피는등 수감기관을 잔뜩 긴장시켰다.
○…다만 시일이 지나면서 의원들은 연일 계속되는 질의로 피곤한 나머지 자리를 뜨는 숫자가 늘기도 했다.이로 인해 국감 중반에 접어들어 국감자세가 느슨해졌다는 지적(중앙일보 6일자)이나오자 민자당 이한동총무는 각 상임위 간사에게 전문을 보내『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다잡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하지만 국감이 내용면에서 더욱 충실해지기 위해서는『입법비서관을 늘려주는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요구도 많다.
게다가 의원들의 변화와는 달리 정부 수감기관측의『시정하겠다』『잘 모르겠다』등 구태의연한 답변을 늘어놓는 모습은 일하는 국회를 위해 고쳐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승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