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트렌드] 모텔 가는 대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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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모텔, 호텔 뺨치죠? 우리의 송년 파티 장소랍니다. 트리·고깔모자·음식도 준비할 거예요. 기대됩니다. 우리만의 추억 만들기. [일러스트=웰콤 아트디자이너 김한솔]

모텔을 찾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모텔과 대학생,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학생이 공부는 않고 엉뚱한 데나 드나든다며 혀를 차는 어른들도 있겠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에게 모텔은 더 이상 ‘은밀한 공간’이 아니다.

파티하러

 TV에서 나오는 럭셔리한 호텔 파티. 한 번쯤 그 영상 속 화려한 파티에 참여하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렇다고 마냥 부러워만 할 학생들이 아니다. 유명 호텔에서 즐길 수 있는 여유는 아직 사치지만, 그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모텔’을 이용하는 것이다.

 요즘 모텔은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첨단 시설이 갖춰져 개성 있고 센스 있는 대학생들의 파티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주고 있다. 역삼동에 위치한 젤리모텔(www.jellyhotel.com)은 대형 PDP는 물론 당구대가 갖춰져 있고 각종 이벤트 준비까지 가능하다. 전체 인테리어도 대학생 공모전을 통해 완성했다. 서비스는 호텔 못잖은데 이용가격은 호텔의 절반도 안 된다. 특히 연말이 다가오는 요즘엔 파자마 파티, 크리스마스 파티, 송년 파티를 계획하고 있는 대학생 그룹이 많이 찾는다. 그래서 소문난 모텔은 한 달 전에는 예약해야 할 정도다.

 신촌 근처의 모텔은 시간당 5000원씩의 이용료를 받는 곳도 있어 카페를 거쳐 영화관에 가는 대신 모텔에서 차를 마시며 영화를 보는 대학생들도 늘고 있다. 대학생들이 파티를 열 수 있도록 이색적인 테마 룸을 구비하고 있는 곳으로는 영등포의 ‘라이프스타일(www.lifestylehotel.co.kr)’과 종로의 ‘쉴(Sheel)’ ‘Mong(몽)’ 등이 있다.

MT하러

 학기 초나 말, 학생들의 화합과 친목 도모를 위한 MT(Membership Training)를 모텔로 가기도 한다. 그러나 모텔은 한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6명 정도이기 때문에 최소 20명~30명이 되는 학과의 MT보다는 소규모 멤버들로 구성된 특정 동아리의 MT 장소로 인기다. 주로 독특한 체험과 견학(?)을 원하는 연극 동아리, 광고 동아리들이 MT 장소를 모텔로 정한다.

 모텔이 MT 장소로 각광 받는 이유는 우선 대학가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짐을 싸 들고 경기도나 강원도까지 갈 필요가 없는 것. 또 MT 숙박장소의 대명사이던 민박보다 냉난방이나 세면시설 등이 뛰어나다. 빔 프로젝트와 컴퓨터 등이 있어 술 마시던 MT(Membership Trouble)에서 벗어나 이슈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나 토론을 하기에 그만이다.

시험 때 그룹스터디하러

 시험 기간에는 대부분 도서관이나 때론 열람실에서 밤을 새우기도 한다. 그럴 경우 어느 누구에게도 말을 걸기 힘든 분위기 속에서 나 홀로 공부를 해야 한다. 하지만 생각을 펼치고 토의하는 과목의 시험에는 다른 사람과의 의견 공유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래서 시험 기간 전이 밤샘 공부 공간으로 대학가 주변(신촌, 서울대 입구 등) 모텔을 이용하는 경우도 꽤 있다. 서울대 주변 ‘fox(폭스)’는 깔끔한 내부와 첨단 시설을 자랑한다. 따로, 또 같이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초고속 인터넷과 빔 프로젝트도 준비되어 있다. 시험 기간에는 예약이 폭주할 정도란다. 그룹 스터디에 괜찮은 다른 모텔로는 신촌의 ‘클럭스’를 들 수 있다.
 
밤새우며 공모전 준비하러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찾는 공모전의 홍수시대. 시대가 시대인 만큼 이를 준비하는 대학생 그룹이 많다. 특히 대형 공모전의 마지막 날은 밤샘작업이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밤샘작업이 많아지는 만큼 그 공간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다. 이때, 그들의 구미에 딱 맞는 공간 또한 바로 모텔이다. 첨단 시설이 있고, 휴식이 가능하고, 조용한 공간인 모텔은 회의를 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요즘은 방마다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할 뿐 아니라 무선 인터넷도 가능해 여럿이 컴퓨터를 켜 놓고 자유롭게 공동작업을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광고회사 웰콤 ‘영트렌드팀’ 장혜정(서울여대 미디어학부 05학번)

■ 파티·시험공부·공모전 준비 등 대학생들의 모텔 이용도가 다양해지다 보니, 모텔 후기를 올리고 평가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늘고 있다. 카페 ‘모텔가이드 (http://cafe.daum.net/motelguide)’ 및 ‘호텔365(www.hotel365.co.kr)’ 등이 그것. 모텔들은 이 사이트를 이용해 쿠폰을 제공하고 광고를 하기도 한다. 세상 밖으로 나오는 모텔, 하루아침에 색안경을 벗을 수는 없겠지만 모텔이 달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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