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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오염을벗긴다>5.임하湖 환경파괴에 자연의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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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안동시내에서 국립공원 주왕산을 향해 청송방면으로 18㎞쯤 달리다보면 동북쪽으로 꺾어진 반변천(半邊川)에 또 하나의 거대한호수가 나타난다.임하호(臨河湖)-.
한국수자원공사가 안동댐에 이어 84년부터 6년간에 걸쳐 축조,92년5월 담수를 완료한 낙동강 상류 제2의 다목적댐이다.
총저수용량은 6억t이나 평균 2억7천만t(45%)의 저수율을유지하며 연간평균 4억9천7백만t의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및 관개용수를 공급하고 있고 총5만㎾의 발전시설에서 연간 9천6백70만Kwh의 수력에너지를 생산,산업용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안동댐에 비해 규모가 절반밖에 안되지만 안동댐과 더불어 낙동강 상류의 수자원을 고도로 개발,한해를 막고 홍수를 조절하는데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댐 건설 당시 수자원 개발이 시급하다는 이유로 아예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한 바람에 댐 건설 이후 역기능이 나타나 안동시.군 전역에 걸쳐 엄청난 자연생태계 변화를 초래했다.
댐 축조전 상류에서 흘러들던 유기물질의 운반이 완전차단되면서옥토(沃土)가 박토(薄土)로 바뀐데다 거의 매일이다시피 농무(濃霧)가 끼어 일조량이 줄어드는 바람에 벼이삭이 제대로 영글지않고 결실기의 사과와 밭작물등 각종 농산물 생 육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특히 농무가 심한 지역은 안동댐 주변의 안동군 예안.와룡.도산.녹전면과 임하댐을 끼고 있는 임하.임동.길안면 일대.최근엔이같은 자연생태계 변화가 하류쪽으로 번져 안동군 남선.남후.일직면과 풍산읍.풍천면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
임하면신덕리 金泰鳳씨(67)등 주민들은『임하댐 축조 이후 농무현상이 더욱 심해져 일조량 부족으로 농작물 수확이 평균 30%나 감수하고 있다』며『특히 사과.복숭아 등 과수작물은 생육장애로 결실기에 낙과(落果)가 크게 늘고 기형과가샤 많아 상품성마저 잃고 있다』고 말했다.
강변에 무성했던 물버들과 갈대.미류나무가 없어졌고 바다와 강을 오르내리던 은어가 댐에 갇혀 육봉화(陸封化)현상을 일으켜 안동호의 새로운 어종으로 등장한 것도 자연생태계 변화의 하나라는 지적이다.
주민들은 또『여름철새 왜가리 도래지로 이름난 이곳에 고유의 흰색 왜가리떼와는 달리 흑회색 빛깔을 띤 왜가리떼가 섞여 있는것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며 생태계 변화의 이상한 징조를 우려했다. 게다가 임하댐은 만수위(1백63m)에 이른지 불과 1년도 못돼 2급수로 떨어지는 등 오염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영화『빠삐용』을 연상케 하듯 깎아지른 단애(斷崖)를 이용해 들어선 임하댐 상류의 대규모 교정시설인 청송교도소와 감호소에서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생활오.폐수를 하루 3천여t씩 청송군진보면의 반변천을 통해 흘려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청송교도소측에서는 임하댐이 축조되기전부터 교도소에서 길이 2.2㎞에 이르는 낙동강 반변천에 하수관로를 묻고 진보공고 뒤편하천에 비밀배출구까지 설치,이 배출구를 통해 생활 오.폐수를 마구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변동윤(邊東潤)교도소장은『임하댐이 축조되기 이전에는 교정시설의 하수처리장이 한군데밖에 없었으나 임하댐에 담수가시작되면서 7개 시설별로 하수처리장을 증설했다』며『비밀배출구가아니라 진보면의 상수원을 보호하기 위해 하천변 을 따라 하수배출구를 묻었다』고 해명했다.
인근 영양.청송지방에서도 하수종말처리장이 없어 하루 3천2백t에 이르는 주민들의 생활 오.폐수가 이곳 반변천과 용전천을 타고 고스란히 임하호로 쓸려들고 있다.
이때문에 상류의 물이 반변천에서 임하호로 유입되는 합강교 아래엔 가뭄으로 건천화 현상까지 겹쳐 녹황색을 띤 오물 특유의 푸르스름한 오.폐수가 곳곳에 괴어 있고 폐비닐과 깨진 맥주병.
빈캔등의 쓰레기더미가 어지럽게 널려있기도 했다.특 히 임하호의수질이 날로 악화됨에 따라 안동시민들은『댐하류 16㎞에 위치한상수원의 취수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며 행정당국에 근본적인 수질개선책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수자원공사측은『임하댐의 총저수량이 6억t에 육박하기 때문에 방류수로 오염물질을 충분히 자정시킬 수 있다』며『해갈이되면 1급수 유지는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수처리장 엄두못내 임하댐의 상류오염을 관할하고 있는 청송군은 현재 근본적인 오염원을 막기위해 청송읍과 진보면등 두곳에 총사업비 1백5억원을 들여 시설용량 5천5백t규모의 하수종말처리장을 97년까지 건설할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으나『재정자립도가 18% 에 불과한 소규모 지방자치단체에서 국비를 제외한 15억원의 자체예산 확보와 연간 3억5천만원씩 소요될 완공후의 유지관리비 확보등 운영상의 문제가 많다』며 아예 착공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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