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joins.com] 엄마가 물었다 “너 결혼해도 엄마랑 살 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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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쓴 글이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주인공은 조인스 블로거 최문정(41)씨. 콩트 작가인 최씨는 ‘여울샘’이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blog.joins.com/cys0206)를 운영하고 있다. 최씨의 블로그에서 ‘박서방’으로 통하는 남편과 토끼 같은 자식들, 10분 거리에 살고 있는 친정 부모님 이야기가 단골 소재다. 가족을 소재로 한 많은 블로그 중 최씨의 글은 단연 일품이다. 최씨가 최근에 쓴 글 중 두 개를 추려 소개한다.

 
 ▶“엄마! 자주 찾아 뵐게요.”

 초등학교 4학년인 준호의 성장기는 참 요절복통입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쩌면 그리도 제 어미를 닮았는지. 하루는 괜스레 한마디 던졌다가 본전도 못 찾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준호야, 너 이 다음에 색시랑 결혼해서도 엄마랑 같이 살 거지?”

 뭐, 제 마음은 솔직히 아들이건 딸이건 같이 살 생각 없거든요. 지금도 능력이 되면 유학 보내고 박서방하고 둘이만 살고 싶은 게 제 마음입니다. 엄마의 질문에 아들은 한참을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그게 뭐 그리 어려운 답이라고. 그냥 평소대로 말하면 될 걸.
 “준호야! 왜 대답을 못해. 뭐라 해도 아무 말 안 할 테니까 얘기해 봐.”

 “진짜로요. 정말 아무 말씀 안 하실 거예요?”

 “그러~엄. 우리 아들이 하는 얘기인데 무슨 말을 해. 괜찮아. 어서 말해 봐.”

 한참을 더 뜸을 들인 뒤 그 녀석은 말했습니다.

 “엄마! 제가 자주 찾아 뵐게요.”

 뭐? 귀를 심하게 후벼 파 보았습니다. 달라 붙어서 산다는 것보다 훨씬 기분은 좋은데, 마음도 반으로 나뉘어 있는지 한쪽은 마구마구 쓰려 오지 뭡니까. 아흐, 이게 엄마의 이중성인가 봅니다.

 ▶“하루에 두 번 퇴근하지 마!”

 11월 14일. 결혼 15주년 되는 날인데 아니, 이놈의 인간이 아직도 귀가를 안 했네요. 휴대용 간을 잃어버렸나. 전화를 걸기 전에 문자씨를 불렀습니다(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뜻). 후딱 가서 박서방에게 이 말을 전하라고.

 “오늘이 뭔 날인 줄 아시나요?”

 후딱 댕겨온 문자씨가 그러더구먼요.

 “앗따. 술이 떡이 돼서 권주가 불러가며 아주 신났구먼요.”

 사장 마누라 만들어 놓더니 만날 거래처나 관리하라고 혹사를 시키면서. 오늘 같은 날‘뽀대나게’꽃 한 다발 안겨주면 일년 열두 달 헤헤거리며 일할 텐데. 어쩌자고 그런 싸구려 기분도 못 맞추는지.

 벌써 접대 술자리냐? 도우미는 잘 놀더냐? 웬만한 도우미보다 마누라가 더 잘 노는 거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여보 박서방! 돈 아끼면서 살자.

 “마누라 같은 도우미는 필요없는가?” “뭣이여? 안 들려 더 크게 말해 봐.” 마누라가 알아 들으면 곤란해서 그냥 어물어물 넘기려 한다고?

 앞으로 자정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10분…. 내일 두 번 연거푸 들어오면 그때는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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