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마쓰시타 정경숙'세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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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일본의 '케네디가(家)'로 불리며 일본 최고의 정치 명문가로 꼽히는 하토야마(鳩山) 형제들이 제 2의 '마쓰시타 정경숙'을 설립한다. 여야로 갈려 정치권에서는 대립해왔지만 차세대 지도자 양성을 위해 '하토야마 우애숙(塾)'을 함께 개설키로 한 것이다.

민주당의 실세 간사장을 맡고 있는 하토야마 유키오(由紀夫.60)와 자민당 소속 의원으로 법무상을 맡고 있는 구니오(邦夫.59) 형제가 정파를 초월해 사설 학원을 함께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조부인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 전 총리(1954년 12월~55년 11월)가 주창했던 '우애'의 이념을 전파하겠다는 취지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20명 안팎의 학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하토야마 형제는 국가 발전.환경 문제.정치 철학 등으로 구성된 20회 가량의 과목 가운데 각자 4회씩 직접 강의를 맡을 예정이다.

정계에서는 이들의 의기투합을 놓고 최근 자민당과 민주당 사이에 모색되다 불발한 연립정권 실현을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들은 "우애라는 면에서 형제가 연립한 셈으로, 서로 (정치적으로) 다르지만 기본 이념에서 연대하자는 것일 뿐"이라며 주위의 억측을 일축했다.

사실 이들 형제는 민주당과 자민당으로 정치 행로가 갈라지면서 주위에서 불화설이 피어 오르기도 했다. 이들은 정치권에서는 지금도 일본의 자위대 파병 문제와 관련한 법안 성립을 둘러싸고 형은 민주당 간사장 자격으로, 동생은 집권 여당 소속의 법무상 자격으로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들 형제는 4세 정치인이다. 증조부는 중의원 의장을 지냈고, 조부는 1955년 보수 합당으로 자민당 결성을 주도하며 총리를 지낸 정치 명문가다. 부친 이이치로(威一郞)도 후쿠다 다케오 내각에서 외상을 역임했다.

둘 다 조부가 만든 자민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으나 93년 자민당이 일시적으로 분열할 때 탈당했다. 이후 96년 민주당을 창당, 형과 동생이 대표와 부대표를 맡기도 했으나 의견 대립으로 결별한 뒤 동생은 99년 자민당에 복당했다. 모친이 세계적인 타이어회사인 브리지스톤 창업자의 장녀로 정치 자금도 풍부하다.

일본 사설학원으로는 마쓰시타(松下)정경숙이 현재 30명의 국회의원을 탄생시켰으며, 오자와 민주당 대표가 개설한 '오자와 이치로 정치숙'이 올 7월 참의원 선거에서 2명을 당선시켰다.

도쿄= 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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