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크게보기이세돌 9단이 계속 이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두는 족족 이긴다. 2007년 하반기에 이르러 드디어 무적의 화신으로 떠오른 그는 때때로 폭주 기관차와 같아서 환호와 우려를 몰고 다닌다. 가늘고 연약해 보이는 몸으로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철인' 이세돌. 지금의 기세가 이어진다면 조만간 우승컵들이 줄줄이 굴러 들어올 상황인데 그는 과연 언제까지 이 승리를 이어갈 것인가. 체력적으로 그는 과연 온전할 수 있을까.
그러나 11월 들어 이세돌 9단의 행적을 더듬어 보면 저절로 숨이 막혀 온다. 그는 11월 1일 서울에서 윤준상 6단과 국수전 도전기 첫 판을 두었고 3일엔 중국 칭다오로 가 박영훈 9단과 GS칼텍스배 프로기전 결승 1국을 두었다. 8일엔 서울에서 GS칼텍스배 2국. 10일엔 중국 구이저우까지 날아가 윈난 팀의 왕야오 6단과 중국리그에서 맞섰다. 11일 도쿄행 비행기를 탔고, 12일 LG배 세계기왕전 8강전에서 일본의 장쉬 9단을, 14일의 준결승에선 중국의 후야오위 8단을 꺾었다.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이세돌은 두는 족족 모두 이겼다. 중국 리그에선 이세돌의 연승에 힘입어 그의 소속팀인 구이저우 팀이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세돌 9단
이세돌 9단은 모험가다. 정신적으로 강인하고 스스로를 극단까지 밀고 가기를 좋아한다. 막 전성기에 다다른 이세돌은 자신의 한계가 어디인지 시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 랭킹 3위의 박영훈 9단과 중국 최강자 구리 9단의 대결은 일단 50 대 50의 팽팽한 승부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프로들에게 좀 더 냉정하고 정확한 답변을 요구하면 "1% 정도는 구리가 유리하지 않을까"하는 답이 돌아온다. 박영훈은 GS칼텍스배 결승에서 이세돌에게 2연패를 당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이걸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구리와 맞선 박영훈의 과제일 수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