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투데이

황해경제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20세기에는 산업이 올림픽처럼 ‘국가 대항’으로 이뤄졌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런 기업을 찾아볼 수 없다. 삼성의 경우도 중국 전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쑤저우(蘇州) 등에 주력공장이 있다. LG도 동북 3성에서 착실히 사업을 펼치고 있다.

10년 전에는 산둥성에 일본 기업이 상당수 진출해 있었지만, 지금은 낮(공장)과 밤(술집), 주말(골프장) 모두에서 10 대 1 비율로 한국세가 일본세를 압도하고 있다.

대만 기업은 처음엔 남부 광둥(廣東)성과 푸젠(福建)성에 진출했으나, 최근엔 상하이 근교, 특히 쿤산(昆山) 등지에서 하이테크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 세계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지역이 황해 연안이다.

이곳에서 성공하고 있는 회사가 공통으로 하고 있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주요 부품 공급원을 잘 알고 있다. 둘째는 중국에서의 생산 방법, 즉 기술·근무관리 등에 능숙하다. 셋째, 유럽과 미국 시장 동향에 정통하다.

미국 기업 등은 좀처럼 황해경제권의 일원이 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 지역 내 유력 파트너에 의뢰함으로써 핸디캡을 극복하고 있다. 예컨대 애플은 아이팟의 생산을 중국 최대 전자 메이커인 폭스콘에 의뢰하고 있다. EMS로 불리는 전자산업 특유의 제조 위탁 방식이다. 이 업체는 사실 대만 기업이다. 소니의 게임 콘솔인 닌텐도, 그리고 애플의 휴대전화(iPhone)까지 제조하고 있다.

그들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대만의 전자산업을 오랜 기간 경험했고, 일본의 제조기계와 기간부품을 잘 알고 사용한 것은 물론 모국어인 중국어로 승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유럽과 미국 기업보다도 일본 기업이나 한국 기업 쪽이 비교적 안정된 생산 궤도에 진입하고 있는데, 이들을 압도하는 것이 대만 기업이다.

현재 대륙에서 일하는 대만 사람은 20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의 절반만 약 9만 개의 대만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중국 기업의 핵심 분야에서 ‘대만 경험’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양안은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으나, 경제적으로는 밀월관계다. 아니, 오히려 중국에서 성공하려고 한다면 대만 기업과 얼마나 잘 친해지느냐가 성공의 열쇠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의 아이팟을 보면 이 제작에 협력하고 있는 회사들이 진정 동아시아의 ‘드림팀’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중국과 한국·대만·일본은 더는 경쟁하지 않고 있다. 동아시아는 정치인들을 20세기에 남겨둔 채 21세기의 국경 없는 경제를 향해 앞을 보며 달리기 시작했다.

오마에 겐이치 비즈니스 브레이크스루 대학원대학 학장

정리=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