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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ins풍향계] 이명박, 박근혜 지지로 영남서 위력

중앙일보

입력

김성탁 기자의 풍향계 분석

대선을 치르는 각 진영은 전통적으로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나 이념 성향층이 있다. ‘텃밭’이라고 불리는 영역이다. 한나라당에겐 영남과 보수 성향 표가, 대통합민주신당이나 민주당 등 범여권에겐 호남과 진보 성향 표가 이에 해당한다. 각 진영이 세 다툼을 벌이는 영역은 ‘중원’으로 불린다. 수도권ㆍ충청 지역 등이 그렇고, 중도 표가 그렇다. 대선에선 텃밭에서 지지를 확고히 하고 중원에서 승기를 잡는 후보와 정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텃밭인 영남에서 지지가 확고했고 중원인 수도권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중도 성향 표도 상당수 그에게 쏠린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정동영 신당 후보는 호남에서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받았던 표에 못미치는 지지를 받고 있다. 범여권이 과거 두차례 대선에서 승기를 잡았던 이른바 ‘서부벨트’(호남+충청+수도권)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변화를 준 것은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등장이었다. 그는 이명박 후보의 영남 텃밭과 충청 중원에서 일정 지분을 챙겼다. 보수 표도 일부 분산됐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 이명박 후보가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는 정도가 아니다”는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을 이끌어낸 이후(14일) 실시된 79차 조인스 풍향계 조사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주 조사에 비해 3.2%P 오른 44.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회창 후보는 5.1%P가 빠져 14.6%로 하락했다. 정동영 후보는 지난주와 큰 차이가 없는(-0.4%P) 10.9%였다. 이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5.8%(+1%P),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2.4%(-0.8%P), 이인제 민주당 후보 1.3%(-0.4%P) 순이었다.

이회창 후보 출마선언 이후 실시된 지난주 조사에서 이명박 후보는 텃밭인 영남에서 가장 큰 손해를 봤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 이명박 후보는 대구ㆍ경북(TK)에서 10.3%P(43.2%→53.5%)가 상승하고 부산ㆍ울산ㆍ경남(PK)에서 9.8%P(36.9%→46.7%)가 오르는 등 영남 지지율을 큰 폭으로 회복했다. 반면 이회창 후보는 TK에서 23.2%(4.5%P 하락), PK에서 17.4%(6.7%P 하락)로 조정됐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이 영남 지역에서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충청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지난주 이회창 후보는 이명박 후보를 제치고 충청에서 1위를 차지했었다(이회창 37.1% 대 이명박 26.8%). 그러나 이번에는 이명박 후보가 이 지역에서 무려 16.8%P 오른 43.6%로 10.9%에 그친 이회창 후보를 큰 폭으로 따돌렸다. 이번 조사는 14일 실시됐는데, 13일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의 조사에선 충청의 경우 이명박 27.2% 대 이회창 23.6%의 결과가 나왔다. 하루 사이에 실시된 두 조사의 차이가 너무 커 충청 지역의 기류는 향후 추가적인 조사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만일 충청에서의 ‘이명박 회복세’가 뚜렷할 경우 중원 쟁탈전에서 이명박 후보는 훨씬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될 전망이다.

정치부 김성탁 기자

하지만 이명박 후보는 중원의 가장 큰 표밭이자 자신의 고공행진을 뒷받침해줬던 수도권에서 지지율이 떨어진 것으로 나왔다. 서울에서는 5.8%P 내려간 49.5%, 인천ㆍ경기에서는 3%P 하락한 47%를 기록했다. 최근 불거진 '자녀 위장취업' 의혹과 박근혜 전 대표 껴안기의 반작용 등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동영 후보는 중원 쟁탈전에 뛰어들 여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텃밭인 호남에서도 39%의 지지를 받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 후보가 민주당과의 합당 및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도 이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지만, 당내 반발에 부딪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바야흐로 가열되고 있는 중원 쟁탈전은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귀국으로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김씨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이명박, 이회창 후보의 승부는 어느정도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 정동영 후보의 경우 합당 및 후보 단일화를 이룬 상태에서 BBK 파장의 수혜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김씨의 귀국이 임박한 만큼 다음주 풍향계 조사에선 어느정도 윤곽이 잡혀있을 듯 싶다.

정치부문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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