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외인부대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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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외인부대」가 맞붙는다.
9일 인천구장에서 막을 올리는 한화와 태평양의 플레이오프는 흔히 말하는 「외인부대」끼리의 대결이다.
두 감독부터 한때는 연고지야구의 대부로 불리며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으나 이제는 완전히 등을 돌린 것을 비롯,두 팀엔 연고지를 떠난 이방인이 유난히 많고 또한 이들이 전력의 큰 비중을차지하고 있다.
부산 출신인 한화 강병철(姜秉徹)감독은 지난해 시즌이 끝난뒤롯데 구단주의 간곡한 만류마저 뿌리치고 고향을 떠나왔다.반면 대구 야구의 대부로 불리던 태평양 정동진(丁東鎭)감독은 90년한국시리즈에서의 실패로 삼성에서 밀려나 고향을 등지고 1년간의미국연수 뒤 「타향 인천」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
한화는 장종훈(張鍾熏)을 뺀 중심타선 자체가 외인부대로 짜였다. 1루수 강정길(姜正吉),외야수 이강돈(李康敦),이정훈(李政勳)이 고향 팀 삼성에서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이고 준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 이상목(李相睦)도 지난해 삼성에서 트레이드돼 한화로 왔다.
올해 14개의 홈런을 쳐내며 크게 활약한 이민호(李珉浩)역시포철공고를 나온 경상도 토박이다.
태평양에선 「인천의 수호신」이라는 정명원(鄭明源)이 전북 출신이고 왼손투수 최창호(崔敞皓)와 2루수 김성갑(金性甲),3루수 김용국(金用國)은 대구가 고향이다.
주장이자 팀내 유일한 3할타자인 윤덕규(尹德奎)는 고향은 수원이지만 일찌감치 고향을 떠나 서울 대광고를 거쳐 85년 LG의전신 MBC에 입단,잔뼈가 굵은 뒤 92년 태평양으로 돌아왔다.주전 유격수 염경엽(廉京燁)은 광주일고 출신.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두팀에 속해 있는 주축선수 가운데는 삼성 출신이거나 삼성에서 지명조차 받지 못해 고향을 떠난 선수가 많다는 점.그리고 정작 삼성은 올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못했다는 점이다.
〈金弘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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