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영상物 시장 87%점유-國監서 나타난 한국 영상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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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영상산업은 지난해 7월 준제조업에 포함됨으로써 금융세제 지원근거가 마련돼 국가 주력산업으로 지정됐으며,올 3월 영상산업 발전방향의 청사진을 제시할 「영상산업발전민간협의회(위원장 이상희)」가 발족됐고,영상진흥법등 관련 법규의 제정을 서두르고 있는만큼 미래 전략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 나타난 우리나라 영상산업의 현주소는 그런 인식에는 아랑곳없이 초보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이미 국내 영상(영화.비디오.LD등)시장은 87%이상을 외국영상물에 내준 것으로 추정되며 그 점유도는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문화체육부가 국회에 낸 국감(國監)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한국영화관객 비율은 13%로 뚝 떨어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비디오시장의 경우 그 집중도가 더 심해 컬럼비아.폭스.워너 브러더스.월트디즈니.UIP-CIC 5대직배사가 전체 시 장의 80%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다섯 개 외국영화 직배사의 수입은 매년 약 60%씩 증가하고 영화배급 편수도 매년 약 20%씩 늘어나는 반면 국내 극영화제작편수는 91년 1백21편에서 92년 96편,93년 64편으로 하 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10여개 외국영화수입사가 폐업,직배형태의 메이저 배급구조가 점점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영화.비디오 외에 방송.게임소프트웨어 등 포괄적인영상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 보고 있으며,이는 다시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기술과 복합돼 인간의 전생활에 스며들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미국은 이미 산업생산에서 영상산업이 우주항공산업에 이어 제2의 산업이 됐으며,21세기 초에는 미국 전체산업에서 20%이상의 비중을 차지,명실공히 최고 산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영상산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확대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세워놓고 문화전쟁을 벌이고 있다.따라서 자기나라의 고유 영상산업을 키워놓지 못하면 영낙없이 외국 영상산업의소비지로 문화식민지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 로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당초 올봄 제정예정이었다가 가을로 미뤄진 영상진흥기본법과 영상법 제정이 다시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는 등 정부정책이 굼뜬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아직도 영화계 일각에서는 영상산업의 대기업 참여를 반대한다느니 하는 「촌스 런」 대응자세를 보이고 있다.
영화평론가 김종원(金鍾元)씨는 『대기업의 영화업 진출이 비디오판권이나 챙기는 소극적 자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참여를 전제로 한 영상산업의 마스터플랜을 속히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태흥영화사 이태원(李泰元)대표는 『금융 세제상의 혜택을 준다고 해놓고서도 법 제정이 안돼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대기업의 참여로 기존 영화사들이 침해받는 쪽보다는 오히려협력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상산업에 대한 투자가 더 이상 방치된다면 2~3년 내 국내 영상시장은 95%이상 외국에 내주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따라서 이번 국감에서 드러난 국내 영상산업의 실태를 직시하고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길 영화계는 고대 하고 있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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