開道國 高성장-英 이코노미스트誌 세계경제성장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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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현재 이른바 선진국들중에 몇몇 나라는 앞으로 25년안에 새로 떠오르는 개도국들에 추월당하고 말 것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세계경제 특집기사에서 개도국의 고속성장에 대한 선진국들의 위기감을 이같이 표현했다.
이는 美MIT의 레스터 서로 교수가 그의 저서『대접전(大接戰)』(Head to Head)에서 21세기까지 현재 개도국중에서는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나라가 없을 것이라는 진단과는 다른 전망이다.
미국.유럽의 지식인들은 다가오는 개도국들과의 (경제)전쟁에 대비하라고 자국정부를 다그치고 있다.
물밀듯 밀려오는 개도국의 값싼 상품에 맞서 선진국 보호주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은행(IBRD)이 내놓은 지역별 세계경제전망은 선진국들이갖는 위기감의 근거를 그대로 보여준다.지난 92년 구매력으로 평가한 경제규모면에서 세계 15대 경제대국은 선진국들의 독무대였다.1인당 소득수준만이 아니라 인구와 물가수준 을 감안했는데도 그렇다는 얘기다.15대 경제대국중 개도국은 7개국이고 그나마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오는 2020년에는 중국이 세계최대의 경제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비롯,개도국들이 주요 선진국을 밀어내고 15대 경제대국중 9개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세계은행은 전망했다.우리나라도 지난 92년 15위에 간신히 턱걸이 하던데서 25년후에는 당당히 세계7위의 경제대국으로 꼽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총생산에서 개도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4%수준에서 60%이상으로 높아질 것이고 당연히 선진국들의 비중은 그만큼 떨어지게 돼 있다.이는 고도성장을 지속해온 개도국들의 경제활력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세계은행의 진단에서 비롯된다 .
사하라이남의 아프리카와 동유럽.구(舊)소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개도국은 선진국들보다 2배 가까이 높은 5%안팎의 성장세를 앞으로 10년간 계속할 것으로 예측됐다.
선진국 지식인들중에 일부는 개도국의 빠른 성장이 자신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빼앗아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비준에 반대하는 미국인들이 『미국의 일자리가 멕시코로 넘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던 것이나 개도국의 값싼 노동력이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 유럽인들이 시비(블루라운드)를 거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
그러나 이같은 위기의식이 보호주의적인 대립구도로 드러나서는 곤란하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오히려 그 해답은 변화를 현실로받아들이고 공존의 방법을 모색하는데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개도국의 성장은 저성장기에 접어든 선진국에도 새로 운 성장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金鍾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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