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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순위바뀌고있다>연재를 끝내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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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中央日報가 창간29주년 기념사업으로 국내 처음 실시한 대학평가작업이 지난달 23일부터「대학순위 바뀌고있다」란 특집기획으로6개분야에 걸쳐 연재됐다.사회각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보였고 특히 당사자인 대학사회 구성원들의 반응은 더욱 컸 다.연재를 끝내면서 대학및 관계기관측,그리고 이웃 일본에서 올해 처음 대학평가작업을 한 아사히(朝日)신문의 주간(週刊)아사히 副편집장 시미즈 다테오(淸水建宇)씨의 기고를 모아 싣는다.
〈특별취재팀〉 지난 해 일본의 대학관계자들을 놀라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계속 늘기만 해 1백만명에 달했던 대학 수험생수가처음으로 5만명이 줄었기 때문이다.
수험세대가 줄어드는 한편에서는 대학 신설이 계속돼 대학들의 「수험생 빼앗기 전쟁」이 시작된다고들 한다.
이른바 「대학 겨울시대」가 막을 연 것이다.
지금껏 대학이 수험생을 선택했지만 앞으로는 수험생이 대학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대학이 평가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우리가 올해『대학랭킹』이란단행본을 국내 처음 창간하면서 본격 대학평가작업에 나선 것은 시대적인 추세였기 때문이다.
대학수가 일본의 6배나 되는등 대중화가 진행된 미국에서는 이미 여러종류의 대학랭킹誌가 출간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지금까지 대학지표라고 해야 입시편차치(偏差値)뿐이었다.모의시험 결과를 편차치에 맞춰 지망대학을 결정하는 풍조가 만연해 대학의 개성이나 연구.교육환경의 참된 평가는 잊혀져 버리는 결과를 낳았다.숫자에 의해 다각적인 평 가를 할 수만 있다면 「편차치 신앙」과 그 산물인 「유명학교 편중」현상을깨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해도 5백50개에 달하는 일본의 全대학에 대해 여러 지표를 모아 순위를 매기는 작업은 어려운 일이었다.그러나 퍼스널 컴퓨터(PC)의 연결식 데이터 베이스를 사용,「교원 1인당」「학생 1인당」의 계산을 할 수 있었다.
이를 이용해 「학비의 저렴함」「도서관 사용도」「교원당 학생수」「학생당 교사(校舍)면적」「여학생 비율」등의 랭킹을 만들었다. 평가에는 주관적인 것도 있다.진학강좌로 유명한 후쿠다케(福武)서점의 협력을 얻어 대학재학생 1만명의 목소리를 모아 「만족도 랭킹」도 실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연구수준을 수치화하는 작업이었다.화학과 경제학은 국제학술지에 실린 논문수를 비교하는 것으로 교수의 연구성과를 순위매김 할 수 있었다.
사회과학등은 교수가 학문성과를 출판물.신문등 매스컴을 통해 발표한 빈도수를 세어 평가했다.
「대학랭킹」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서점가에서 매진되는 등 인기였다.
이번에 한국의 中央日報에서 「대학순위 바뀌고 있다」란 연재와함께 별도의 출간작업이 시도됐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
국민의 높은 교육수준,격렬한 진학경쟁이란 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것으로 알고있다.
높은 진학률로 「대학의 대중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유사할 것이다.中央日報의 노력이 대학에 대한 다각적 평가로 이어져대학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中央日報가 창간 29주년 기획으로 실시한 대학평가작업은 국제화.개방화시대에 대비한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질적인 향상을 도모하도록 자극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뜻있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강한 저항과 비판이 예상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위한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평가사업에 뛰어든 용기를 치하하고 싶다.
이번 평가에서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원(학부생 2천명,대학원생 1천5백여명)은 교육중심의 일반대학과 달리 새로운대학개념의 도입을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설립,22년간 운영된 연구중심 대학인 관계로 특수목적대로 분류돼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그러나 소위 특수목적대학을 일반대학과의 직접비교에서 제외했다 하더라도 하버드.도쿄大등 외국 유명대학들과의 비교항목에서는 국제수준의 국내 교육기관이 포함됐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국내 평가기관의 평가를 받지 않은 대신 과학기술원은 92년미국의 공인교육평가기관인 ABET로부터 미국의 공인대학중 상위10%이내라는 질적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를 中央日報가 평가한 항목과 비교하면 93년도▲교수 1인당연구비는 1억3백만원(정부출연 기본연구비 제외)에 달하고▲국제공인 학술지 게재논문(SCI)편수는 6백93편,즉 교수 1인당2.1편으로 나타나 이번 평가와 좋은 비교가 되고 있다.또한▲학위논문의 국제학술게재 의무화▲무학년 무학과 제도▲무시험제도의확대적용▲학.석사 통합과정▲조기진학제도등 여러가지 시범적 혁신적 제도를 시행,21세기를 향한 한국형 선진교육체제 및 대학개혁의 실험장으로서의 의무도 수 행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원도 모든 상황이 좋은 것만은 아니어서 세계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여건변화에 대비하는 자기개혁도요구되고 있다.따라서 과학기술원은 최근 작성한 장기발전전략에서세계10위권 대학으로 성장,국제화를 선도하겠다 는 새로운 임무를 자임하고 있다.
대학평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첫째,항목별 해부학적 평가와 더불어 총체적 개념의 평가도 병행돼야 한다는 바람을 적고 싶다.
둘째,학사교육중심의 대학군과 대학원 중심의 대학군,또는 연구중심의 대학군별로 비교 평가됨이 바람직 하다.
셋째,가능한 범위내에서 공학부문.사회과학부문등 단과대학 기준의 평가,나아가 학과차원의 비교평가도 곁들여 지기를 바란다.
中央日報의 과감한 첫 시도가 내년.후년 계속되면서 21세기 국제경쟁의 견인차가 될 고급인력을 배출하는 대학들이 명실상부한개혁을 이루는데 기폭제 역할을 하기 바란다.
대학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中央日報의 특집기획은 대학에 몸담고있는 필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더이상 대학의 치부를 숨기고 있을 수 만은 없다는 경종을 울려주었다.
또 사회 도처에서 일고 있는,세계를 상대로 한 경쟁력 강화와개혁대열에 이제 대학도 과감히 구태를 떨치고 참여해야 함을 알리는 뼈아픈 충고였다.
물론 언론이 교육평가에 대한 전문기관이 아니고 자료의 습득에도 한계가 있었을 터여서 일부 미진한 진단이 나온 부분도 있을것이다. 대학종합평가에서 부문별 가중치의 객관화 문제,일부 특수대학과 일반대학과의 비교평가 문제,문과계열의 논문실적을 평가하는 기준설정,그리고 정량적으로 평가될 수 없는 국내 대학의 특수성 평가등 몇몇 보완해야 할 점들도 눈에 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전문 평가기관에서도 아직 명쾌한 해답이없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기획은 그 신뢰도가 매우 높고 무엇보다 어느 전문 교육평가기관의 방대한 보고서보다도 그 영향력이 지대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국제화시대에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 출발점이 「교육」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인재를 길러내는 기관인 우리 대학은 아주 큰 문제가 있는 집단이 되고 말았고 이 문제들은 구조적으로 빠른 시일내에해결될 가능성이 미미한 형편이다.
더욱이 대학실상을 안타까워하며 실기(失機)하지 아니하고 이를개선하고자 애쓰는 분들도 있지만 대학안에 있는 사람들조차 우물속의 안목과 사고를 고집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보다 큰 문제는 대학정책을 결정하고 시행하는데 아직도 국제화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인사들의 영향력이 지대하다는데 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또 한가지는 그동안 우수대학을 육성하기 위해서 과연 국가적으로 얼마나 투자를 해 왔는가라는 점이다. 과감한 투자 없이 우수한 대학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헛된 기대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국가재정의 교육비와 맞먹는 재원이 과외비등 대학입시 관련으로 지출되는 현실을 직시,이러한 재원이 대학교육의 개선등에 쓰일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정책적 대안이 도출돼야 한다.
대학문제는 대학안에 있는 사람들만의 문제이기 보다 우리사회 전체가 경각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급박한 과제가 되었다.
바로 이 시기에 많은 경비와 노력을 들여 中央日報가 현실을 덮어두기 보다 문제점을 다함께 공감하고 치유할 방법을 모색하기위해 마련한 기획은 뜻깊은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 성원을 보내며 앞으로 우리대학은 나름대로 세계화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고자 더욱 살을 깎는 노력을 경주할 것임을 다짐한다.
명예에 가장 민감한 집단은 아마 대학사회일 것이다.
고도의 지식집단일수록 밖에서 그 실상을 제대로 측정하는 것은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대학사회를 분석.평가하는 기획으로 왜곡된 껍질들을 하나하나 벗겨가는 中央日報의 과감한 시도에 놀라움과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대학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어디서나 어느 때나 필요하지만 선진국과의 경쟁과 협력이 국가발전의 관건이 되는 오늘날엔 더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적성과 실력에 따라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 학생,그리고 대학의성과를 활용하거나 또 그 능력을 믿고 투자하는 기업및 정부입장에서는 대학의 특성과 수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해야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연구에 관련된 실무에 종사해오면서 항시 뭔가 개운치 않았던 것은 우리 대학은 아직도 교수,연구시설,그리고 학생이 서로 조화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근래 지방의 상당수 이공계 대학들은 정부지원과 자체노력으로 서울의 몇몇 유명대학보다도 좋은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다.또 「대학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교수의 경우도 그러하다.
서울지역은 오래전부터 대학환경과 일반적인 선호도에 따라 지방보다 중견이상의 훌륭한 교수들이 더 많이 재직하고 있으나 재정의 어려움등으로 교육과 산업수요에 부응할 신진교수를 확보하는데많은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80년대이후 해외및 국내에서 선진과학기술지식을 습득한 상당수의 신진들은 교수채용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지방소재 대학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학생의 경우,우수학생의 서울집중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해외에서 귀중한 연구경험을 갖고 와 지방에 정착한 젊은 학자들은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수준급의 시설을 갖추어 놓고도 우수한학생을 얻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푸념하고 있다.
이같은 불균형은 결국 대학에 대한 정보부재에서 크게 기인하고있다고 본다.
이에 대학에 대한 긴요한 바람을 고언하고자 한다.
매년 70만명이 넘는 수험생들에게 12년의 기나긴 대학입시 장정의 마지막 기로가 되는 10월을 대학별 연구.교육능력에 대한 홍보의 달로 하자는 것이다.
언론기관이란 공공의 창구를 통해 우선은 이공계부터 시작,시시비비가 어려운 부분까지 넓혀가는 것이다.
거기엔 학과별 소속교수의 명단과 이들의 세부 전공분야,최종학위 취득 학교,주요 교과목,연구실적,연령,석.박사과정 학생수등을 기본자료로 내놓아 수요자측에 있는 학생과 기업들이 스스로 비교.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발전하려는 대학이라면 당당히 「실속 알리기」에 주저하지 않을것이라고 사회는 믿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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