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대통령 被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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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도네시아 30년 장기집권의 수하르토대통령이 자기가 선포한 명령을 스스로 위반한 혐의로 민간환경단체들에 의해 피소돼 재판결과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카르타 국가행정법원은 5일 인도네시아 환경포럼등 환경관련 7개 민간단체들이 제기한 소송을 받아들여 17일부터 수하르토대통령을 피고로한 공개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삼림보전기금 4천억루피아(1억8천3백만달러)를 민간항공기 개발자금으로 국영항공기 제작회사에 무이자로 빌려주라는수하르토의 결정이 삼림보전기금은 절대 전용될 수 없다는 지난 90년 자신이 내린 대통령 포고령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삼림보전기금을 전용해 개발되고 있는 64인승 터보 프로펠러 여객기는 인도네시아가 국가 운명을 걸고 매달리 는 야심작.또 인도네시아 과학기술부와 국영항공사는 이 돈이 전용된 것이 아니라 無이자 대부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산림청도 민둥산이 많아 삼림보전기금은 현재 쓸데가 별로 없다고 대통령의 결정을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원고측인 인도네시아 환경보호단체들은 이번 결정이 환경보호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을 그대로 나타낸 일방적인 결정이라고공박하고 있다.
수하르토에 대한 사상 초유의 이번 재판에 대통령이 직접 피고석에 출두할것인지는 불투명하지만 집권자의 말 한마디가 모든 법에 우선하는 권위주의 체제 아래에서 권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이번 재판에서 짚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李哲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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