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이것이궁금하다>올 배추값 급등 누가 이득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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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가락시장내 도매법인에 근무하는 K씨는 최근 한 저녁술자리에서 인사 한번 잘못했다가 큰 낭패를 보았다.배추재배 농민.중매인.소매상인과 함께한 자리라서『올해 다들 재미를 봤지요』라고한마디 했더니 모두들 펄쩍 뛰면서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아우성이었다.지난 여름이후 배추값이 줄곳 「금값」이라서 돈을 많이 벌었겠거니하고 인사치레한 것이 의외로 반발을 샀던 것이다.
배추재배농민도 그렇고 밭떼기한 중매인.소매상인등 어느 누구도재미를 못봤다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예컨대 대관령인근 고랭지채소 재배농민의 경우 배추를 한달정도키운 상태에서 산지수집상에게 밭떼기로 넘기는데 올해는 작황이 너무 안좋았다.고랭지배추 생육에 적정한 기온이 평균 17도 전후임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평균 28도까지 치솟아 절반가량이 밭에서 썩어버린 것이다.이때문에 3백평의 밭(보통 4.5t트럭 한대분 생산)을 놓고 수집상들과 거래할때 지난해의 두배인 1백20만~1백50만원씩을 받았어도 산지농민으로서는 결국 재배면적의 절반은 헛농사 지은거나 마찬가지여 서 지난해 수준에서 그럭저럭 수지타산을 맞췄을 뿐이라는 것이다.
밭떼기한 중매인들도 재미를 못보긴 마찬가지였다.농민들로부터 밭떼기할 시점에는 1천평의 밭에서 4.5t트럭으로 세대는 족히나오리라 생각하고 가격을 책정했다.그러나 20여일뒤 수확해 가락시장으로 운송해오기 위해 산지에 갔을 때는 폭염 으로 생산량이 예상량의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이에따라 올해의 배추 한대분 가격은 지난해의 세대분과 맞먹는가격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실제로 올해의 가락시장 배추 도매시세는 4.5t트럭 한대분에 3백만원 전후로 지난해의 꼭 세배수준이었다.
게다가 밭떼기 중매인들은 폭염으로 인해 수송도중 상한 배추가작년보다 10~20%는 더 돼 트럭 한대분으로 따지면 10만원이상 손해를 봤다.
또 중매인들은 거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에따른 수수료(6%)를 많이 챙길수 있는데 올여름은 물량이 작년의 절반수준(하루저녁 2대분)밖에 안돼 중개수수료 수입도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소매인들은 재미를 봤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는 것이다.비싼 가격에 배추를 사다가 점포에 쌓아 놓았으나 값이 한포기에 5천원 이상씩 하니 배추를 사가는 주부가 그리 많지 않았다.워낙 기온이 높아 제때 안팔린 배추가 상하기 일쑤였다.
이때문에 도매로 사온값(포기당 3천~4천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파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믿을 수 없는게 장사꾼」이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올여름 상황이 얼음이나 에어컨장사처럼 배추장사가 호황을 본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해가 갔다.
그래서 K씨는 그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金是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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