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글>ABC"펴낸 朴養春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한글은 자연에 있는 모든 소리를 표시할 수 있는 훌륭한 문자입니다.서양 알파벳이나 일본 가나(假名),혹은 중국 한자와 비교할 수 없지요.』 지난 63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30여년간 그곳에서 컴퓨터 관련업무에 종사해오고 있는 박양춘(朴養春.
66)씨가 9일 한글날을 맞아 우리글의 과학성과 독창성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꼼꼼하게 밝힌『한글〉ABC』(의학출판사)를펴냈다 .朴씨는 국어학에 대한 공식적인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수십년에 걸친 외국생활에서 얻은 산 경험을 바탕으로 한글표기의 일대 혁신을 주장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막연한 한글 예찬론은 결코 아닙니다.일례로 일본 가나가 1백1개,중국 한자가 4백27개의 발음을 나타내는데 비해 한글은8천7백78개의 소리를 표시할수 있지요.영어도 엄격하게 말하면음소문자가 아닙니다.「a」만 해도 여덟가지 이 상으로 발음하거든요.』 朴씨가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한글의 표기 문제.현행 표기가 우리 원래 발음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할 뿐아니라 국제화 추세에도 뒤처져 있다는 판단에서다.
朴씨는 특히 외래어 표기법의 불합리성을 비판한다.예컨대 영어「Knife」의 경우 원음대로 「나이후」가 적절하며 굳이 「나이프」로 적을 이유가 없다.영어「f」는 분명「ㅍ」이 아니고「ㅎ」에 가까운데「ㅍ」으로 기록해 초심자들이 혼란만 일으킨다는 것이다. 영어「」발음도 「ㅓ」로 표시하지만 실제로는 세종때 「.
」소리와 유사하기 때문에 이것을 표기할 새로운 문자도 만들 것을 주장한다.
자음도 유성음의 경우「」「」「」등으로 표시해 무성음인「ㄱ」「ㅈ」「ㄷ」과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나아가 만국발음기호 대신 한글로 표기한「영한사전」등을 만들어 학생들이 좀더 쉽게 외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또 실제로 그런 사전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1928년 중국 연변(延邊)에서 출생한 그는 고등학교 때 일본어와 영어에 몰두했고,광복 후에는 소련군 형무소에서 러시아어를,중국말 통역한테서는 중국어를 배웠다.김일성대학에 입학해 러시아어를 수학했고 그후 남한에서■영문과에 다니면서 중국어와 프랑스어를 공부했으며 미국에서는 독일출판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朴正虎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