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찔한 한국 上空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비행기끼리의 충돌사고 가능성이 큰「근접비행사고」가 해마다 4건꼴로 일어나고 있다는 서울항공청의 국감(國監)자료는 듣기만해도 아찔해진다.그중에는 근접거리가 불과 60m밖에 안됐던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더 아찔한 것은 근접도 근접이지만 조종사들이 그같은 사실을 사전에 경고받지 못한 경우도 허다했다는 점이다.
이런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대형 참사를 빚을 가능성이 크다.이미 국제민간항공기구는 김포(金浦)를「항공기여행위험지역」으로 지정한바 있다.당국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상공(上空)이 이토록 아찔한 상태가 되어있는 근본원인은 김포 하늘이 비좁기 때문이다.군용기를 포함,하루평균 4백50대가 뜨고 내리고 러시아워인 오후4~7시엔 1분에 한 대꼴로 뜨고 내리는 형편이니 하늘이 비좁지 않을 수 없다.게다가 갖가지 비행금지구역마저 설정(設定)돼 있어 김포상공은 더욱 더좁아져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은 영종도공항이 완공돼야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때까지 두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당장 시급한 것은 교통부와 군당국간에 공조(共助)체제를 긴밀히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역(空域)은 거의 다 미공군과 우리 공 군의 훈련공역이다.때문에 긴밀히 비행정보를 교환하고 관제(管制)업무에 통일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사고의 위험성은 다른 나라의 공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클 수밖에 없다.
관제인력의 부족과 관제시설의 부실도 늘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이다.관제인원이 적정인원의 반밖에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또 관제장비가 낡은데다가 관제소도 부족해 우리나라 상공에 관제공백 공역까지 생겨난 상태라는 것이다.더구나 미공군측이 지난 3월부터 오산(烏山)기지에서의 김포공항 관제지원을 중단해버려 그 공백은 더 커졌다.
요즘과 같은 항공기 대중화시대에 하늘의 안전에 이렇게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건 정말 걱정스럽다.이제까지처럼 대형사고를 겪은 뒤에나 대책마련에 허둥대는 식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선 안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