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하극상,어디서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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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병들이 소대장을 길들이기 위해 온갖 행패를 저질렀다는 보도를 보면서 우리는 군의 기강해이가 어찌하여 여기에까지 이르렀나하는 분노와 허탈감을 동시에 느낀다.현대화 장비를 앞세운 무적(無敵)국군의 늠름한 퍼레이드를 본지 며칠 안되 어 사병이 장교에게 반말을 지꺼리고,장교방에서 사병들이 화투를 즐긴다는 군의 흩어진 모습을 전해 들으면서 망연자실(茫然自失)할 수밖에 없다.군 내부의 기강이 이토록 엉망이고 이런 기강해이가 한 부대에만 국한된 일일까 하는 의심으로까 지 번진다.
아직은 조사단의 진상조사가 진행중이어서 전말을 정확히 판단할수 없다지만,이미 장교가 사병들의 하극상을 참지 못해 탈영했고,조사결과 드러난 하극상의 여러 사례만 보더라도 이는 단순한 억측이나 의혹의 단계를 넘어선 군 전체에 관한 중차대한 문제라고 봐야한다.
또 이런 하극상이나 기강해이 풍조가 어쩌다 일어난 돌발사가 아니라 최근 군(軍)내부의 구조적 문제와 연계되어 있다면 이는심각한 국방문제로 발전될 수 있다.국정감사에서 제기되는 軍내부에 관한 여러 지적을 종합해봐도 우리 국군에 뭔 가 중대한 이상(異狀)증후군이 나타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우선 군 인사를 둘러싼 여러 잡음이 군내부 결속을 무너뜨리며기강해이를 몰고오는 주범이 아닌지 우려하게 된다.이미 국감에서도 제기되었듯이 육군대 비육군간의 불균형,육사대 비육사간의 불균형이 구조적 문제로 제기되었고 하나회가 무너진 자리에 새로운인맥(人脈)과 지맥(地脈)이 형성된다는 불평과 불만이 쌓인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맥.지맥을 청산하고 민주 강군(强軍)으로서의 새로운 면모를과시하자는게 문민정부의 군인사개혁이었다.그런데 그 결과가 새로운 인맥형성으로 나타나고,군부대의 하극상과 기강해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면 이는 전혀 바람직한 일이 될 수 없다.개혁기간에생겨난 군내부의 새로운 문제점을 구조적으로 추적해서 발본색원하는 용단을 정부가 앞장서 보여야 막강 국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금이 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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