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환자유화로 환율 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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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해 무역수지 적자가 9월말 현재 56억6천만달러에 이르고 있다.지난해 같은 기간에 낸 적자의 두배다.수입이 수출보다 그만큼 빨리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그런 한편 역설적이게도 원화(貨)의 대미(對美)달러화 가치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작년 9월말에는 1달러에 8백8.8원이던 것이 올 9월말에는 7백99.9원이 되었다.수입이 수출보다 많아지면 자국 통화의 가치가 내려가는 것이 외환시장의 자연스런 반응이다.또 그렇게 되어야만수출과 수입의 균형이 소망스럽게 복 원력을 얻게 된다.
왜 우리나라 외환시장에서는 이런 역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그것은 수출에서 버는 외화 아닌 다른 동기를 가지고 국내로들어오는 외화 액수가 원화에 대한 초과수요를 불러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주식시장과 기타 대출시장에서 기대되 는 수익을 바라고 흘러들어오는 외화가 그것이다.우리나라의 자본자유화나 외환자유화는 도입의 자유화쪽으로만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긴다.국내 이자율이나 기대주가상승률이 선진국보다 괄목할만큼 높은 현재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된 다면 득(得)보다는 손(損)이 압도적으로 큰 이런 외화풍년 현상도 계속될 것이다.
이것을 바로잡자면 자유화를 유출의 자유화 쪽으로도 촉진시키지않을 수 없다.마침 금융산업발전심의회 산하 외환제도개혁소위원회가 개인의 해외 부동산취득.예금.증권투자를 전면적으로 자유화시키는 것을 내년으로 앞당기자는 논의를 들고 나왔 다.차라리 만시지탄(晩時之歎)은 있으나 시기상조(時機尙早)는 아니다.우리 경제는 외화 지출을 죄악시해야 했던 시대를 이미 오래 전에 벗어나 있다.자본의 해외도피라는 정죄(定罪)용어도 마땅히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무역수지가 악화되면 원화의 가치가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수출산업의 채산성이 올라가 수출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무역수지 적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비싸지는 경제환경에서는 앞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마침내 고질(痼疾)처럼 되고만다.이런 원화 상승이 물가를 안정시키는「효자 역」을 해준다는궤변을 앞세우는 정책을 계속해서는 안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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