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비둘기 먹이 주면 벌금 1000달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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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세계 대도시들이 배설물로 도심을 어지럽히는 비둘기 떼를 퇴치하기 위해 갖가지 묘수를 내놓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의회는 심차 펠더 의원이 내놓은 '비둘기 퇴치 방안'을 논의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 1000달러(약 92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비둘기 모이 속에 불임약을 섞고 ▶천적인 매를 이용해 비둘기를 쫓아내고 ▶비둘기 관련 민원을 전담하는 '비둘기 지도자(Czar)'를 두자는 내용이다.

펠더 의원은 "뉴욕 시민들은 비둘기 배설물을 피하는 데 질렸다"면서 "정부가 이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보고서에 따르면, 비둘기 1마리가 1년 동안 배출하는 배설물의 양은 11㎏에 달한다. 여기에 포함된 암모니아와 요산이 철조 구조물과 동상 등을 부식시키고, 전염병을 퍼트릴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이날 비둘기 제재안에 서명하지는 않았으나 "비둘기가 도시의 큰 공해 요인인 만큼, 모이를 주는 것을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뉴욕시가 '비둘기와의 전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에도 비둘기 퇴치를 위해 매 한 마리를 맨해튼의 공원에 풀어놓았으나 매가 애완견 치와와를 공격하는 등 사고가 잇따르면서 몇 달 만에 포기했다.

'날개 달린 쥐'라 불리며 도심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비둘기는 전세계 대도시의 공통된 골칫거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시는 이미 2004년부터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이에게 45~3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시는 올여름부터 비둘기 불임약을 시범 살포하고 있다. 영국 런던시는 2002년부터 중앙부처가 밀집한 화이트홀 지역에 매 한 무리를 풀어 비둘기를 쫓고 있다. 관청 건물들이 비둘기 배설물로 부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중심지 트래펄가 광장에서 비둘기 모이 판매상의 영업도 금지했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시도 산마르코 광장에서 새 모이 판매를 금지하고, 대리석상이나 건물에 앉는 비둘기 떼를 쫓아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결혼식을 마친 부부에게 자식을 많이 낳고 부유하게 살라는 의미로 쌀을 뿌리는 전통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다. 연간 1000여 쌍이 결혼식을 올리는 카발리궁 주변에는 이 쌀을 노리고 수만 마리의 비둘기가 모여 살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비둘기를 유해 조류로 분류, 먹이를 주는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야생 동.식물 보호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비둘기가 싫어하는 끈끈이 성분의 조류기피제를 집단 서식지에 이미 설치했다. 아울러 비둘기에게 불임약을 혼합한 모이를 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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