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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관광>오스트리아수도 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유럽에서 보기 드물게 오랜 영화를 누렸던 합스부르크 왕가(1273~1918년)의 추억이 고스란히 서려있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 한동안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까지 겸했던 왕가의 화려했던 삶과 허무한 죽음이 곳곳에 배어있는 빈은 도시 전체가 이 왕가의「야외박물관」을 연상시킬 정도의 문화유산으로 가득 차 있다. 왕가의 위엄과 눈이 부실 정도의 화려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쉔부른 궁전은 바로크식 외관의 장중함과 로코코 양식으로 된 섬세한 내부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져 인간의 욕심이 얼마만큼 사치를 누릴 수 있나를 보여주는 듯 했다.
빈의 중심가에서 다뉴브강을 넘어 북동쪽을 향해 차로 10여분거리인 슐로스街에는 1696년부터 16년간에 걸쳐 지어진 후 끊임없이 장식이 더해진 쉔부른 궁전이 푸른 숲속에 우아한 자태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오색의 꽃으로 수놓은 아름다운 정원,그리스 신화를 환상적으로표현한 분수「님프요정」,황제군의 영광을 상징한「영화의 탑」을 뒤로 안은채 전면에 서있는 황금빛 궁전은 마치 그림같다.
프랑스 루이16세의 장모이며 오스트리아 계승전쟁을 치른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나폴레옹의 장인(두번째)이었던 프란츠 1세,1806년까지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였던 프란츠2세 등이 거쳐간곳으로 오랜 세월의 기품이 서려있으면서도 말끔하 게 단장돼 전세계 관광객들을 부르고 있다.
「백만금의 방」「대무도회장」등의 이름을 가진 황궁의 수백여 밀실들은 저마다 화려함을 겨룬다.
길이 43m.너비 10m의「대무도회장」은 평화와 예술의 정신과 합스부르크 왕가의 막강한 힘을 그려낸 3개의 대형 프레스코벽화,천상.천하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금빛 문양과 수백개의 촛대장식,휘황한 샹들리에가 눈이 부실 정도다.
이 아름다운 방에서는 지금도 국빈 접대 향연과 음악회가 열려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소련의 후르시초프 수상,영국의 엘리자베스여왕등이 이곳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거울의 방」은 신동 모차르트가 6세의 나이에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 앞에서 처음으로 궁정연주를 한뒤 그녀의 무릎에 뛰어올라 키스를 보낸 곳.
특히 왕실가족이 썼던 가구와 장식품,그들의 초상화,그들의 영광을 표현한 각종 그림이 가득한 20여개의 방은 80실링(1실링은 약70원)을 내면 둘러볼 수 있다.
살아서 극도의 사치를 누렸던 이들의 허망한 죽음은 고급 레스토랑과 부티크,기념품상점 등이 즐비한 시내 테게로프거리 한켠에있는 카푸친 교회의 지하 납골묘에 모두 안치돼 있었다.
1632년에 안나 왕비의 명에 따라 지어진 이 납골묘소엔 29명의 왕과 왕비를 포함한 왕실가족의 시신을 담은 1백46개의주석.구리관이 질서정연하게 놓여있다.
장엄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관들 역시 황실의 화려했던 영화를그대로 반영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과 남편인 프란츠 스테판을 합장한 관은 그중 특히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관의 네귀퉁이에 각기 다른 표정으로 슬피 우는 몸종들의 모습과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들이 실물크기로 환조돼 있고 관 위에는 죽은 영혼을 하 늘로 이끄는천사의 승천 청동상이 예술적으로 표현돼 있다.
죽음조차 향기롭게 할것 같은 이 관들은 예술품으로도 손색이 없었다.그들의 죽음앞엔 역사책 속에서나 이들을 만났던 각국의 여행객들이 갖다 바친 각국의 꽃들이 인생무상을 얘기하는듯 했다. [빈=高惠蓮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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