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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케팅전략>전시효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지존파」때문인지 요즘 들어 『부(富)의 지나친 과시를 삼가자』는 말이 부쩍 늘어났지만,우리 조상들은 이미 오래전부터『입성(衣)으로 사람을 재는 것은 오랑캐나 하는 짓』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말은 도덕적으로는 지당할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사실 인정되기 힘든 부분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미국의 경제학자인 베블렌은 이미 19세기말에 자신의 저서 『유한계급론』을 통해 『물건은 그 자체를 이용함으로써생기는 효용이 있는 반면에 이를 소유함으로써 사회적 지위와 힘의 과시를 가능케 하는 효용도 함께 갖고 있다』 고 갈파했던 것이다. 오늘날 마케팅에서 종종 쓰이는 전시효과(Demonstration Effect)라는 말도 이에 유래한 것으로『고소득층의 상품들은 과시적 효용 때문에 중산층을 자극할 수밖에 없고,결국 이는 중산층을 해당상품의 잠재적 고객으로 만든다』 는 것이 그 개념이다.
그리고 이들 잠재적 고객은 경제적 여유가 어느 정도 확보되는즉시 그 상품에 대한 폭발적인 소비성향을 보이게 되는데,이같은특성을 기업들이 마케팅에 얼마나 활용하는가에 따라 성패가 엇갈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벤츠자동차의「C시리즈」.롤스로이스와 더불어 전통적인 최고급차인 벤츠는 80년대말부터 전략을 바꿔 배기량을 대폭 낮추고 각종 고급사양도 모두 제거한 「벤츠 190C」「벤츠 220C」를 잇따라 내놓았다.가격은 기존 차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만5천~2만달러선이었는데,『벤츠 브랜드의 이미지를 해친다』는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나도 벤츠 한번 타보자』라는 중산층의 구입이 급증,이제는 오히려 주력상품이 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지난 87년 국내에 처음 출시된 프라이드가 큰 인기를 누렸던것도 그때까지만 해도『자동차가 있다』는 것 자체가 전시효과가 있었던 상황 때문(현재는 필수품이 됐지만)이었다.또 가전사들이그동안 컬러TV.VTR.냉장고등과 같은 제품을 시장에 처음 내았을 때 초기에는 비싼 가격을 유지하지만,몇년이 지나면 기능이떨어져도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 「보급형 제품」을 내놓는 전략을 써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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