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아스의 ‘대야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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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5년 만에 K-리그 우승을 차지한 포항 스틸러스 선수단이 12일 포항 시내에서 카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맨 앞 차에 우승컵을 든 김현식 사장과 파리아스 감독이 환호하는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포항=뉴시스]

파리아스의 눈은 지금 도쿄를 향해 있다.

 11일 포항 스틸러스가 성남 일화를 꺾고 15년 만에 K-리그 챔피언에 등극한 직후, 파리아스 감독은 “아직 FA(축구협회)컵 결승이 남았다. FA컵 우승을 위해 다시 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그의 눈은 훨씬 먼 곳까지 내다보고 있다.

 파리아스는 몇 시간 뒤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우승 축하연에서 “내년엔 도쿄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뒤 도쿄에서 열리는 클럽월드컵에 참가하겠다는 뜻이다.

 파리아스의 입지는 확고해졌다. 포스트시즌에서 파죽의 5연승을 거두면서 그의 침착한 지도력과 탁월한 용병술은 화제가 됐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물 흐르듯 이어지는 전진 패스, 끊임없이 상대 골문을 노리는 공격 축구는 한국 프로축구의 지형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3년 계약이 끝나는 파리아스는 재계약이 확실하다. 단순한 재계약이 아니라 파격적인 대우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아스의 현재 연봉은 14개 구단 감독 중 최하위권으로 알려져 있다.

 우승 축하연에서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우리가 우승할 것이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며 “올해 기적을 일궈냈으니, 내년에도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며 든든한 지원을 약속했다.

 파리아스는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선수 보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은 올해 공수의 핵인 이동국(미들즈브러)과 오범석(요코하마 FC)을 내보냈다. 대신 박원재·최효진·황재원·황지수 등 ‘젊은 피’가 파리아스의 조련 아래 팀의 기둥으로 성장했다. 단단한 조직력으로 K-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를 넘보기에는 아직 채워야 할 곳이 많다. 큰 경기에 강한 ‘한 방’을 갖춘 대형 스트라이커가 필요하고, 유럽 진출을 꿈꾸는 따바레즈가 떠날 경우 그를 대체할 플레이메이커도 있어야 한다.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 A3 챔피언스컵 등 많은 대회를 치르려면 선수층도 두터워져야 한다.

 김현식 포항 사장은 “구단 운영을 투명하게 하면서 예산을 절감해 왔기 때문에 큰 것 한방을 터뜨릴 돈은 항상 있다”고 말했다. 필요한 선수를 영입할 능력이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포스코의 지원이 더해진다면 내년 도쿄에서도 ‘파리아스의 마법’을 기대해도 좋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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