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세이은행 '화려한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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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은행 사상 처음으로 외국 자본에 매각됐던 신세이(新生)은행이 4년 만에 화려하게 재기했다.

신세이은행(옛 일본 장기신용은행)은 오는 19일 도쿄 증시에 상장하는 신규 주식공모(IPO)에서 청약경쟁률이 21대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당 공모가 5백25엔에 4억4천만주를 매각하는 이번 공모에 4조8천5백억엔(약 54조원)의 청약자금이 몰린 것이다. 이런 인기는 신세이은행이 해외 매각 이후 4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우량은행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은행 측에 따르면 청약경쟁률은 지난 9일 현재 일본 국내 기관투자자가 40대1, 개인투자자 12대1, 해외투자자 27대1을 기록했다. 은행 측은 "청약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 19일 거래개시일까지 경쟁률이 더 치솟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이은행의 전신인 일본 장기신용은행은 1952년 설립돼 고도 성장기에 주로 기업 여신을 취급하며 급성장했다.

그러나 90년대 버블경제 당시 잉여자금을 부동산 개발회사 등에 집중적으로 빌려줬다가 떼여 부실화됐고, 결국 98년 정부 공적자금 약 4조엔이 투입되며 국유화됐다. 2000년에는 일본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미국계 투자회사인 리플우드와 시티그룹.도이체방크 등 외국계 컨소시엄에 10억달러에 매각됐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번 주식공개에서 보유지분 67%의 절반을 매각하는 리플우드 컨소시엄은 초기 투자액을 다섯배 가까운 47억달러로 불렸다"고 전했다. 오쓰카 고헤이 일본 민주당 대변인은 "납세자의 세금 4조엔을 투입해 회생시킨 은행에서 외국 투자자는 수익만 챙기고 빠져나가게 됐다"며 "의회에서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신세이은행 매각 당시 부실자산은 일본 예금보험공사 등 자산정리기구가 모두 떠안고, 인수 자산의 경우에도 20% 이상 가치가 하락할 경우 예보가 재매입한다는 불리한 매각 조건을 달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FT 등 외국 언론은 "신세이은행의 성공적인 IPO는 외국자본에 맡겨 은행을 회생시킨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해외 매각 정책을 강력히 뒷받침하게 됐다"고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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