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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전직 안마사도 백만장자 대열 합류

중앙일보

입력

갓 이혼 한 뒤 생계가 막연했던 보니 브라운(52·여)은 1999년 우연히 구인 광고를 접했다. 직원수 40명인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한 곳이 전속 안마사를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주급 450 달러의 비정규직에다, 나중에 돈이 될지 안될지 모르는 스톡옵션을 얹어준다는 게 고용 조건. 하지만 찬 물 더운 물 가릴 형편이 아니었던 그는 덜컥 입사해 일에 지친 직원들의 등과 허리 근육을 풀어줬다.

그 회사는 바로 세계 최고의 인터넷 검색업체로 등극한 구글이다. 5년 만에 퇴직하며 스톡옵션의 대부분을 현금화한 브라운은 수백만 달러의 자산가로 변신했다. 팔지 않고 남겨둔 주식 가치도 나날이 올라 표정 관리를 해야할 지경이다. 요즘 그는 네바다주의 호화 저택에서 주 1회 개인 안마를 받고, 필라테스 개인 교습까지 들으며 산다. 믿기 힘든 자신의 체험을 담아『구글을 안마한 운 좋은 여자(How I Got Lucky Massaging Google)』라는 책도 썼다.

브라운이 구글을 그만둘 당시 주가는 초기 행사가격(주당 85달러)의 두 배로 오른 상태였다. 최근 구글의 주가가 주당 700달러를 넘나드는 걸 보면서 그는 당시 자산관리 전문가들의 충고를 무시한 채 일부 주식을 남겨놓길 백 번 잘했다고 여긴다. 그 주식으로 자선 재단을 설립했는데, 주가 급등에 따라 좋은 일을 더 많이 벌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퍼줄 때마다 계속 채워지니 마치 마르지 않는 샘 같다"고 그녀는 말한다.

구글의 104번째 직원으로 입사한 뒤 1년 남짓 일하다 2001년 퇴사한 론 개릿의 경우 벤처 캐피탈리스트이자 자선사업가,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으로 변신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서 노숙자들의 생활상을 촬영하고 있는 그는 "스톡옵션을 몽땅 현금화했지만 별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다만 주가가 마냥 치솟는 걸 바라보는 게 신기할 따름"이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구글의 전·현직 직원들이 보유 중인 스톡옵션의 가치는 약 21억 달러에 이른다고 뉴욕 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주식과 스톡옵션을 포함해 5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도 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래리 페이지가 200억 달러, 또 다른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196억 달러 어치의 주식 및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세 명의 선임 부사장인 데이비드 드러먼드, 셔나 브라운, 조너선 로젠버그도 도합 1억6000만 달러 어치를 갖고 있다.

실리콘밸리 커뮤니티 재단의 선임 고문인 피터 히어로는 "정보통신(IT) 붐이 일었던 시절에 야후나 넷스케이프 같은 기업의 종업원들도 많은 부를 축적했다"면서 "그러나 규모 면에서 구글을 따라갈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6일 사상 최고치인 주당 747.24 달러를 기록했던 구글의 주가는 9일 663.97 달러로 떨어지는 등 시장 상황에 따라 등락을 거듭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연초에 비해 44% 이상 오르는 등 오르막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구글 직원들은 외면상으론 주가 급등에 무덤덤한 반응을 나타낸다. 주가니, 재산 증식이니 하는 주제를 입에 올리는 게 구글스럽지(Googley) 않다고 여기는 사풍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글 엔지니어는 "어쨌든 직원들이 더 좋은 곳에서 휴가를 즐기게 된 건 사실"이라며 "나보다 직급이 낮지만 근무기간이 오래된 직원 중에 엄청나게 좋은 새 차를 타고 나타난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신예리 기자[shi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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