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객석] 14년 만에 한국 오는 데이비드 카퍼필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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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현란하다. 지난 10년간 마술로 벌어들인 돈만 10억달러(약 1조1천6백억원)에 달한다. 그의 공연을 직접 눈으로 본 사람만 2백만명.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캐츠' '라이언 킹' '오페라의 유령'등 기라성 같은 뮤지컬이 올라갈 때도 그의 쇼는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과 맞붙어 월등한 티켓 판매량을 기록했다. 프랑스 정부에선 아예 문학과 예술의 기사 작위까지 내렸다.

'세계 최고의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 그가 14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오는 5월 26~3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쇼보다 화려한 마술을 펼친다.

1990년에는 무대 위에 진짜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와 감쪽같이 사라지면서 큰 박수를 받았다. 공동기획사인 서울예술기획 박희정 대표는 "14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훨씬 정교하고 새로운 마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같은 외모와 달리 카퍼필드는 올해로 48세. 쉰을 내다보는 나이다. 그래도 지칠 줄 모른다. 라스베이거스에선 하루 4회씩이나 공연을 소화하고 있다. 막이 내린 뒤에는 관객들과 사진도 찍고 악수도 나누며 "40분 뒤에 또 다른 공연을 해야 한다"고 능청을 떨 정도다. 국내에서도 5월 29일 하루는 네차례나 공연을 올린다. 기획사 측은 직접 라스베이거스로 달려가 공연을 보고 그의 체력을 확인한 뒤에야 최종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그의 공연은 까다롭다. 비밀이 담긴 무대 장비는 모두 전세기로 공수된다. 무려 60t에 달하는 분량이다. 공연 연출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빠짐없이 기밀동의서에 서명해야 한다. 보안도 철통 같다. 카퍼필드 측은 "무대 장비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철저히 가리겠다"며 "A.B.C 세 등급의 비표를 발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비표에 따라 접근 거리가 제한된다. 통역 담당은 여기까지, 장비 설치자는 저기까지 하는 식이다. 무대 뒤쪽을 보는 것은 아예 원천봉쇄된다. 공연이 시작되면 한국인 스태프는 분장실조차 들어갈 수 없다. 또 '30분 이상 일찍 극장을 오픈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도 명시돼 있다.

신세대 스타 마술사인 이은결씨는 "지난해 국제마술대회에서 우승했던 8분짜리 동작을 만드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며 "카퍼필드는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에 걸쳐 마술 아이디어를 짜내는 만큼 기밀유지는 필수 요소"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 시간은 1시간30분. '공중에서 사라진 여인''소파를 타고 날다'등 모두 11개의 레퍼토리로 꾸며진다. 예매는 16일부터, 4만~20만원. 02-3472-4480.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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