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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축구가 일궈낸 ‘5위의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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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포스트 시즌에서 파죽의 5연승을 거두고 15년 만에 K-리그 정상에 오른 포항 선수단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광재, 최효진, 조성환, 황재원, 파리아스 감독, 트로피 든 선수가 주장 김기동.[성남=연합뉴스]

‘5위의 기적’이 완성됐다.

1973년 창단한 전통의 명문 포항 스틸러스가 15년 만에 프로축구 K-리그 정상에 복귀했다. 포항은 11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성남 일화를 1-0으로 눌렀다. 4일 1차전 3-1 승리를 포함해 완벽한 우승이었다. ‘철의 사나이’들은 86, 88, 92년에 이어 네 번째 별을 가슴에 새겼다.

정규리그 5위 포항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 4위 경남 FC,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 울산 현대, 플레이오프에서 2위 수원 삼성에 이어 정규리그 1위 성남마저 연파하며 포스트시즌에서 5연승을 거두며 ‘5위의 기적’을 완성했다. 올해 처음 도입된 6강 플레이오프 제도가 만든 ‘히트작이자 문제작’이었다.

경기 전 포항의 세르지우 파리아스 감독은 말을 극도로 아꼈다. “우승할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포항은 차분하게 경기를 운영했지만 수비에 치중하거나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반면 두 골 차 이상 이겨야만 하는 성남은 마음이 급했다.

포항은 전반 14분 성남 손대호의 중거리슛을 골키퍼 정성룡이 가까스로 쳐내 첫 위기를 벗어났다. 포항은 전반 중반부터 미드필드를 차근차근 거쳐나가는 특유의 ‘땅따먹기 패스’가 살아나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41분 따바레즈의 로빙슛이 골대를 맞고 나와 선제골의 기회를 놓친 포항은 2분 뒤 결승골을 따냈다. 성남 박진섭이 미드필드에서 잘못 걷어낸 볼을 슈벵크가 가로챈 뒤 수비 두 명을 제치고 통렬한 오른발 슛을 꽂아넣었다.

장신 김동현(1m87cm)을 원톱으로 내세웠던 성남은 후반 이따마르까지 투입했지만 포항의 끈끈한 수비망을 뚫지 못했다. 후반 20분 최성국의 노마크 슛이 정성룡의 손끝에 걸리면서 성남의 기운은 다했다.

필드 플레이어 최다인 426경기째를 뛴 포항의 ‘철인’ 김기동은 “축구는 이름값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연 그랬다. 92년 우승 당시 포항에는 황선홍·홍명보·라데 등 빛나는 별들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파리아스 감독이 조련한 ‘무명 전사’들이 해냈다. 중앙수비수 황재원은 공중볼을 완벽하게 쓸어냈다. 좌우 윙백 박원재와 최효진은 다부진 수비와 날카로운 공격으로 팀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광재는 후반 교체 투입돼 포스트 시즌에만 3골을 넣어 ‘특급 조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모두 태극마크 한 번 달아보지 못한 선수들이었다.

성남=정영재·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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