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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로기쁨찾자>르완다난민촌서 仁術파는한국의료봉사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한국 의료봉사단이 새로 진료소를 차린 자이르 블렝가 난민촌으로 가려면 20여만명의 르완다 난민이 몰려있는 무궁가 난민촌 캠프를 거쳐야 했다.
의료진을 태운 지프 2대가 길을 가득 메운 난민들을 뚫고 이곳을 통과하는데만 30분이 족히 걸렸다.난민들과 각종 구호차량들이 뒤섞여 운전기사는 계속 클랙슨을 울려대야 했고 도로는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시장바닥 같았다.
자이르 국경을 넘어오며 무장해제당한 르완다 패잔병들이 난민들사이에 섞여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길가에는 감자.옷가지등을 늘어놓은 좌판시장이 형성돼 있었고 평원에 개미집같이 널린 난민촌의 사람들은 지나가는 차량을 붙잡고 무조건 먹 을 것이나 일할 자리를 달라고 졸랐다.
무궁가 난민촌을 지나 비포장 산악길을 한참 달리는동안 의료대원들은 차량 천장에 머리를 부닥치기 일쑤였고 멀미에 시달리는 대원들도 일부 있었다.
고마市 의료진캠프를 떠나 2시간30분 남짓 지나 블렝가 난민촌에 도착했다.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의료진(단장 金敏喆.전주예수병원 의사)선발대가 세운 의료용텐트 2개가 시야에 들어왔다.
中央日報가 국제기아대책기구등 국내 자원봉사단체들과 함께 르완다 난민돕기 자원의료봉사를 시작한후 소문을 듣고 이곳 블렝가 진료소를 찾아온 난민환자는 이날 하루만도 2백여명에 달했다.
콜레라.이질.말라리아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외부의 의료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던 오지의 이곳 난민들에게 한국 의료진은말 그대로「구세주」였다.
이곳은 난민들이 여러 국제 구호단체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워낙길이 험해 아직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육지의 섬」과 같았다. 난민촌 고아인 루바라자(11)는 말라리아에 걸려 심한 열에 시달리면서도 변변한 치료조차 받지 못하다가 의료진의 응급치료를 받고는『산티 사나』(현지어로 매우 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내전으로 부모와 두 형제를 잃고 현재 난민촌 캠프에서 루바라자등 고아 5명을 돌보고 있다는 나셍게 오네스포르(31.르완다 국립대학생)는『아무도 돌보지 않은채 버림받은 이곳 난민촌까지 와준 한국 의료진이 고마울 뿐이다』고 말했다.자 이르 고마市주변 루가리지역에서 난민들을 치료하던 한국이웃사랑회와 한양대의료진은 비루마 난민촌 캠프안 에도 이동진료소를 신설했다.
기존 루가리 진료소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인 비루마 난민촌 주변 언덕 1천여평을 불도저로 정지작업을 한후 이곳 난민 2만여명을 상대로 활발하게 진료활동을 벌이고 있다.
***콜레라등 질병 만연 피부병으로 목둘레 피부가 모두 헐어시뻘건 속살이 드러난 생후 1개월짜리 니라바자이르와는 이곳에서이틀간 치료를 받고 상처가 많이 아물었다.『첫날에는 손을 쓸수없다고 생각했습니다.할수 없이 소독약만 발라주었지요.다음날 보니 많이 나아졌어요.의료진이 오히려 놀랐습니다.워낙 약을 안 써서 그런지 금방 약효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양대 의대팀 김은주(金銀珠)간호사(27)는 상처의 고통으로 울어대는 아이를 품에 안고 얼러대면서『한국인으로 이곳에 와 일하고 있다는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매일 오전8시 고마市 숙소를 떠나 루가리.블렝가.비루마 난민진료소에서 오후4시쯤 철수하는 자원의료봉사팀은 숙소에 돌아온 뒤에도 탁자에 둘러앉아 밤늦게까지 다음날 치료에 쓸 약을 조제하는등 구슬땀을 흘리기 예사였다.
자원봉사팀들은 하루에 라면 한두끼로 식사를 때워야 하고 숙소(민박)방은 도마뱀이 돌아다니는등 환경이 열악하지만 활기에 넘쳐있다.한국 최초의 본격적인 해외의료자원봉사라는 자부심이 있고치료를 목말라하는 검은 피부의「이웃」들이 있기 때문이다.
***협찬=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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