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버냉키 첫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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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8일 "앞으로 몇 달 동안 경제성장이 현저하게 둔화할 것이며, 유가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이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가능성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몇 차례에 걸쳐 미국에 스태그플레이션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상.하원 합동 경제위원회에서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심각한 주택경기의 침체, 신용 위기, 급격히 상승하는 유가, 달러화 약세 등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대부분의 전문가가 미국의 4분기 성장률이 3분기(경제성장률 3.9%)보다 훨씬 둔화된 1.5%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냉키 의장은 "물가도 유가를 비롯한 상품가격 급등과 달러 약세로 중대한 상승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했던) 1970년대의 상황으로 간다고 보지 않는다"며 "어떤 대응 조치가 필요한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이에 따라 FRB가 다음달이나 내년 1월께 이자율을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다우존스지수는 한때 150포인트 이상 떨어지다 FRB의 추가 금리 인하 관측이 나오면서 전일 대비 33.73포인트(0.26%) 하락한 1만3266.29로 마감했다.

중국도 10여 년간 지속해 온 '고성장.저물가' 시대가 막을 내리고 '고성장.고물가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통화정책보고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은 11%에 이르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5%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장률은 지난해(11.1%)와 비슷하지만 물가상승률은 정부의 통제 목표선(3% 이하)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추가로 올리고, 위안화의 평가절상도 용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워싱턴=이상일.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스태그네이션(stagnation:경기침체)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 경제불황 속에서 물가가 오르는 상태를 말한다. 1970년대 미국에서 석유파동으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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