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책 어떻게 정비할 것인가-삼성경제硏 주최 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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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기업들의 승용차 진출및 제철소 건설 추진등으로 정부의 산업정책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경제연구소는 23일 연구소 임원회의실에서「산업정책,어떻게 정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경제토론회를 가졌다.
임동승(林東昇)삼성경제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선 정구현(鄭求鉉)연세대교수가 주제발표를 맡았고,이경태(李景台)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강철규(姜哲圭)서울시립대교수가 각각 토론자로 나섰다.
다음은 주제발표및 토론 요지.
[편집자 註] ▲사회(林東昇 삼성경제연구소장)=선진국에서는 이미 포기한 산업정책이 요즘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관심의 대상이되고 있습니다.과연 산업정책이 필요한지,그 개념은 무엇인지부터논의해 보지요.
▲姜哲圭 서울시립대 교수=산업정책이란 정부가 특정기업이나 산업에 대해 어떤 영향을 주기 위한 정책적 행동을 뜻합니다.
산업정책은 범위를 기준으로 크게 산업구조정책,산업조직정책,쇠퇴산업 조정 및 원조 정책등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산업구조정책은 우리가 과거 수출산업과 중화학산업을 지원하고 기술축적을 위한 지원정책을 시행했듯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정책입니다.
산업조직정책이란 독과점규제나 경제력 집중 억제등을 통해 시장의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자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쇠퇴산업 조정 및 원조정책은 사양산업 처리문제,실업자 재고용문제등을 위해 정부가 지원정책을 취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 30년간 선진국을 따라잡자는 슬로건하에 주로 산업구조정책에 중점을 두어 왔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산업구조정책은 별 의미가 없고 정부는 독과점을막고 사양산업을 처리하는데 더 신경을 써야 하게 됐습니다.
▲사회=산업발전에 따라 정부와 민간의 역할이 변화되고 있습니다.지금은 어떤 단계에 와있다고들 보십니까.
▲李景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일반적으로 초기 개발 단계에서는 시장이 성숙돼있지 않고 민간기업과 금융기관의 기반도 허약해 산업발전을 시장에만 일임해놓으면 발전 속도가 더뎌집니다.
그러나 기업 부문에 경험.국제감각.정보가 많이 축적되다보니 자연히 정부의 역할은 재조정,즉 축소되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 됐습니다.
▲鄭求鉉 연세대 교수=정부는 유망산업을 육성한다고 하면서 경쟁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산업정책이라는 것이 산업을 육성하기보다는 경쟁을 제한해 장기적으로는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결국 산업정책의 목표가 국가경쟁력 강화라면 지금은 산업정책을「졸업」할 때가 된 듯합니다.진입이나 퇴출,투자등은 시장에 맡겨야 합니다.
경제력집중.독과점규제라는 개념은 과거 국제경쟁에 노출이 안된시대 때의 얘기입니다.시대는 글로벌화로 가는데 아직도 국내시장만을 놓고 분석하는 산업정책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李위원=국제화.개방화에 따라 우리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손을 떼야하는 부분과 더 강조돼야 할 분야가있습니다.국가끼리 첨예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우리의 기업경영환경이 세계에서 가장 좋은 것이 되도록 하 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합니다.
▲사회=이번에는 업종전문화에 대해 토론해 보겠습니다.업종전문화가 경쟁력강화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정부가 일률적으로 추진할 때는 또다른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을텐데요.
▲姜교수=산업정책이 성공하려면 정부의 능력,적절한 정책수단,국민적 합의등 3박자가 다 맞아야 합니다.
우리의 경우 정부가 업종전문화를 충분히 이끌어갈 능력이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게다가 정책의 수단도 문제입니다.금융자율화.자본자유화가 빠른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결국 여신규제가 유명무실해질텐데 그렇다면앞으로 업종전문화의 수단으로 무엇이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鄭교수=전문화냐,다각화냐는 기업이 판단할 문제지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닙니다.
▲李위원=업종전문화와 관련해 두가지는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첫째로 10대 대기업은 3개,그 이하는 2개업종에 전문화하라는 것은 매우 포괄적인 얘기입니다.예컨대 전자라면 가전.정보.반도체.통신등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2~3개 업종이라 해도 관련분야는 다 포함돼 있습니다.
둘째,업종전문화는 신규진입을 막는 정책이 아닙니다.주력업종에자원을 많이 투입하라는 취지입니다.기업의 의사결정에 대해 한다,못한다가 아니라 주력분야의 투자환경을 개선해주기 위한 것입니다. ▲사회=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진입규제 문제입니다.개방시대에 기업이 발전할 찬스를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있습니다.
▲姜교수=규제완화의 핵심은 진입자유화입니다.
특히 철강.자동차.항공등 국민경제에 영향이 큰 분야는 여전히정부가 교통정리를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진입.퇴출의 자유가 보장돼야 시장경쟁의 원칙이 섭니다.
▲李위원=진입규제의 논리는 중복투자.과당경쟁.문어발경영.경제력집중.불공정경쟁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그런데 정부는 이를 명확한 정책으로 만들어 놓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정부는 현재 진입규제를 위해 기술도입신고라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어 기업에 혼란을 안겨주고 있습니다.따라서 아예 자유진입으로 가든가,예측가능한 규제정책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鄭교수=진입규제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킵니다.
또 역설적으로 말하면 정부가 진입규제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은문어발식 경영을 하는 것입니다.정부가 그어준 줄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보호받기 때문에 모두들 여기저기 다 들어가려 하고 있는 것이지요.
▲사회=마지막으로 국제화.개방화 시대에 정부가 해야할 역할이무엇인지 말씀해주십시오.
▲李위원=정부가 우선 할 일은 규제완화입니다.그리고 사회간접자본(SOC).기술개발.교육개혁도 산업정책적 차원에서 짜야 합니다. 또 기업간의 협력을 매개해주는 네트워킹 기능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과거의 정책수단이 없어진 상태에서 정부는 기업간 협력이 이뤄지도록 연결해주는 소프트웨어적 정책분야를 새로 개발해야 합니다.
▲姜교수=산업정책의 초점을 과거처럼 특정산업의 지원이나 규제에 맞추지 말고 경쟁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해야 합니다.시장의 효율을 방해하는 것은 정부만이 아니고 독과점 사업자들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규제는 강화돼야 합니다.
▲鄭교수=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기반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세금 떼 먹지 않고,범죄를 막아야 할 정부가 할 일은 못하고 규제와 같은 쓸데 없는 일만 자꾸 하고 있습니다.정부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하고 경제활동은 기업에 맡겨 건전한 분업 및 협의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사회=정부의 역할을 분명히해 정부와 민간이 같은 목표로 협력하는 체제를 만들어야겠습니다.토론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南潤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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