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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산책>길버트 그레이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길버트 그레이프』는 『개같은 내 인생』으로 이름을 날린 스웨덴 감독 라세 할스트럼이 젊은 스타들을 등용해 만든 미국영화다. 『무엇이 길버트 그레이프를 잡아먹을듯 괴롭히나(What's eating Gilbert Grape?』라는 원제목이 나타내듯 주인공 길버트 그레이프를 겹겹이 에워싼 고달픈 상황과 이를 이겨가는 젊은이의 꿋꿋하고 진지한 삶이 주제다.
길버트 그레이프에게 주어진 가족상황은 누가 봐도 벅차다.18세를 넘기기 어려울것 같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있는 정신박약아막내동생,지하실서 목매 자살한 아버지,그 충격으로 걸식중에 걸려 체중이 2백50㎏이 돼버린 어머니,거기에 모 든 일에 무관심한 누나,멋내기에만 열중하는 여동생.
이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청년가장 길버트는 미국 시골구석인 아이오와주 인구1천명의 작은 마을에서 식품점 점원으로일하면서 「음악없이 춤추는 듯한」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지만 가족애만은 잃지 않는다.
길버트의 집안은 사랑과 이해.포용으로 훈훈하다.정박아 막내동생이 어떤 사고를 쳐도 길버트는 화내지 않고 따스한 형제애를 발휘한다.집안에서 나오지 못한지 몇년되는 어머니지만 막내가 경찰에 잡혀가자 용감하게 경찰서로 가서 데려온다.동 네사람들은 그 몸매를 보고 비웃지만 모성애는 따가운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런중에 길버트는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함께 트레일러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소녀 베키를 만난다.베키에 열중한길버트는 동생에 무관심해지기도 하지만 곧 베키를 보내고 다시 가족에게로 돌아온다.
2층에서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의 시신을 기중기로 빼야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를 들은 길버트는 집을 불태우고 마을을 떠나려한다.이때 베키가 다시 돌아온다.
자연과 인간이 합일하는 노장사상같은 분위기의 화면을 통해 비참한 이야기를 동화같은 영상으로 꾸며낸 감독의 솜씨가 놀랍다.
『가위손』의 조니 뎁이 길버트로 나오고 『케이프 피어』의 줄리엣 루이스가 길버트의 여자친구 베키역으로 출연한다 .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리나도 디카프리오가 정박아 막내 어니역으로 열연한다.
불우한 가정출신의 일부 청년들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현실속에서 힘든 상황을 가족사랑으로 풀어가는 청년의 이야기가 온 가족의 눈길을 끈다.SKC출시.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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